말 많고 탈 많지만…‘FIFA 팬페스티벌’ 카타르에 클럽이? [남장현의 알릴라]

2022카타르월드컵 기간 현지에서 음주는 불가능하다. 이슬람국가인 카타르에서는 돼지고기 섭취, 주류 판매 및 음주 등이 불법이다. 19일(한국시간) ‘FIFA 팬 페스티벌’ 팬존에서 맥주 판매가 공식 개시됐다. 그러나 그 외에 주요 경기장 인근에서 맥주를 구매하거나 마실 수 없다. 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알릴라’는 아랍어로 ‘여행’을 뜻합니다!

우리시간으로 20일 새벽, 아주 특별한 장소를 찾았습니다. 카타르 관광명소로 잘 알려진 루사일의 알비다 파크였습니다. 2022카타르월드컵이 공원과 무슨 관계냐고요? 이 곳에서 열리는 흥미진진한 이벤트를 직접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팬 페스티벌(FFF)이 공식 오픈한 날이었습니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시작됐으니 월드컵 전야제로 표현해도 될 것 같네요.

카타르가 술을 마셔도, 판매해서도 안 되는 국가라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많이 쏟아졌으니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역시나 월드컵도 예외가 아닙니다. 카타르 정부는 끝내 ‘축구 공식음료’에 가까운 주류를 경기장 내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FIFA 공식 후원사인 버드와이저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권리를 누릴 수 없게 됐고요.

그런데 해방구가 생겼습니다. 대회 기간 계속될 FFF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경기장에선 알코올 성분이 전혀 없는 맥주만 판매할 수 있지만, 주류 라이선스를 취득한 일부 호텔 펍이나 알비다 파크를 포함해 도하 곳곳에 마련된 팬존(Zone)에선 예외입니다. 오후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제한된 시간에 500cc 캔 맥주를 일회용 컵에 부어 50리얄(약 1만8000원)을 받고, 1인당 4잔밖에 구입할 수 없음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몰려든 팬들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분위기는 역시 대단했습니다. 강렬한 태양과 섭씨 40도에 달하는 기온에도 불구하고 이른 오후부터 버드와이저 부스 앞은 관광객들로 가득했고, 대기 입장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오후 6시30분부터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습니다. 물론 흥은 북중미, 남미 사람들을 빼놓을 수 없겠죠.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에서 카타르까지 날아온 이들은 음정도, 박자도 잘 맞지 않는 온갖 노래를 부르더니 그토록 기다린 맥주를 구입한 뒤에는 행복에 빠져들었습니다.

술에는 음악도 빠질 수 없습니다. 눈부신 조명이 가득했고, 초대형 스크린과 행사장 곳곳의 대형 스피커에선 강렬한 비트의 디제잉 공연 소리와 각종 유명곡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와 환호를 유도했습니다. 앞서 FIFA가 예고했던 몇몇 행사가 취소됐음에도 마치 거대한 콘서트장이나 클럽이 떠올랐다면 지나칠까요?

여기에 한 가지 더! 여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를 전혀 느낄 수 없답니다. 어디에서나 극소수만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렸을 뿐 모두가 얼굴을 훤히 드러내 ‘엔데믹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맥주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중동 한복판에서 참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