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배영수 투수코치.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유튜브 캡처

롯데 배영수 투수코치.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유튜브 캡처


“간당간당해! 이야…. 59초28! 통과!”


21일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 배영수 투수코치(41)는 이른 오전부터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마치자마자 뛰쳐나온 선수들은 홈플레이트에서 시작해 그라운드를 크게 돌았다. 총 11바퀴로 약 4㎞에 달하는 코스다. 최준용, 김유영, 나균안, 서준원, 김진욱 등 투수조 선수들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페이스를 늦추지 않았다. 배 코치는 “전원 통과다. 다들 20분 안에 들어왔다. 초반과 비교해 완주시간을 10분이나 앞당기지 않았느냐”며 뿌듯해한 뒤 곧바로 왕복달리기 훈련을 준비했다. 나균안은 “끝이 안 보인 훈련이었지만(웃음) 한 만큼 보상 받는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제가 해보고 싶었던 훈련방식입니다.”


배 코치는 스프링캠프나 시즌 중에는 진행하기 어려운 훈련을 해보고 싶어 했다. 롯데 투수·야수조는 사직구장과 퓨처스(2군)팀 홈구장인 상동구장에서 나눠 훈련한다. 배 코치는 투수조가 사직구장을 쓰길 희망했다. 목적은 ‘1군 마운드와 친해지기’다. 배 코치는 “환경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퓨처스팀 선수들은 1년에 1군 마운드를 몇 번 못 밟는다. 그런데 지금은 벌써 40일째 오르고 있다. 낯설게만 느끼던 이 곳에도 조금씩 적응했다. 꽉 막힌 불펜을 익숙해한 1군 투수들도 시야가 트인 저 마운드 위를 편하게 느껴야 했다”고 밝혔다. 최준용은 “이전보다 야구장과 더 많이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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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렸을 수 있잖아. 너희 생각은?”

오전 훈련이 끝난 뒤 기술훈련이 시작됐다. 이 때 ‘소규모 토의’도 열린다. 배 코치는 선수별 특성에 따라 투구동작 등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데, 개개인마다 느끼는 점이 다를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이날 훈련 중에도 “나도 틀릴 수 있다. 방금 내가 한 이야기에 대해 다르게 느낀 점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말했다. 손을 번쩍 든 최준용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잘 들어주신다”며 “코치님은 현역 때 많은 걸 이루신 분인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 자체로 굉장히 대단하고 열린 분”이라고 밝혔다. 배 코치는 논의가 끝나면 선수별 적성에 맞는 다양한 훈련법을 밀도 높게 설명한다. 선수들은 ‘고기 잡는 법’을 배운다.

사직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