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왼쪽)·양의지. 스포츠동아DB·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이승엽 감독(왼쪽)·양의지. 스포츠동아DB·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올해 정규시즌 9위(60승2무82패)로 자존심을 구긴 두산 베어스는 오프시즌을 시작하자마자 발 빠르게 재정비에 나섰다.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은 7년 연속(2015~2021년)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한 강팀의 면모를 되찾기 위한 첫 번째 조치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취임식 때부터 “강한 포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 감독의 요청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였고, 4+2년 총액 152억 원의 조건으로 현역 최고의 포수 양의지(35)를 데려왔다.

양의지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두산 유니폼을 입고 팀이 2차례씩 정규시즌(2016·2018년)과 KS(2015~2016년)를 제패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또 그가 풀타임 주전포수로 자리 잡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두산은 7차례(2011·2014년 제외)나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이 기간 그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투수 리드의 성공률을 높였고, 상대 타자의 노림수를 읽는 요령을 키우는 등 포수로서 시야를 크게 넓혔다. 꾸준히 공·수 양면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비결이다.

이 감독으로서도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양의지의 합류는 반갑기 그지없다. 그는 “(양의지는) 타자들을 굉장히 힘들게 하는 까다로운 포수였고, 대담한 볼 배합을 한다고 느꼈다. 그런데 한 팀의 감독과 선수로 만나다니”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감독으로서, 야구 선배로서 ‘함께하자’고 제안했는데, 나머지는 구단의 몫이었다. 다행히 구단에서 잘 잡아줬다”며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이 감독은 선수시절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타자였다. 일본프로야구에서 KBO리그로 복귀한 첫해인 2012년부터 2017년까지(당시 삼성 라이온즈) 두산과 상대할 때마다 양의지의 기민한 리드에 대처해야 했다. 이 때부터 이 감독은 양의지의 리드는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양의지에게 러브콜을 보낸 이유다. “내가 타석에 섰을 때 상대 배터리가 어떻게 볼 배합을 할지 예측하면, 항상 3개 중 2개는 맞혔다. 하지만 양의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달랐다.” ‘국민타자’도 인정한 양의지의 특급 리드는 두산을 어떻게 바꿀까.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