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온갖 논란 속에 취임한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55)이 청사진을 밝혔다.
홍 감독은 2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벌써 2026북중미월드컵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르다. 하지만 대표팀의 원정 월드컵 최고 성적이 16강이니, 그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명보호’는 환영받지 못한 채 출항한다. 8일 이임생 대한축구협회(KFA) 기술발전위원장 겸 기술총괄이사는 홍 감독의 선임을 알리면서 “정몽규 회장으로부터 감독 선임 전권을 받았다”는 이유를 댔다. 축구계는 ‘톱다운 방식’으로 선임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독일)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물거품이 됐다. 합리적 절차로 새 사령탑을 선임하기 위해 구성된 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결과적으로 허상이었다.
이날 홍 감독의 설명도 이 이사와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에 합류할 외국인코치를 구하기 위해 15~25일 유럽 출장을 다녀온 홍 감독은 “5일 이임생 이사가 집앞에 찾아왔고, 긴 대화를 나눴다. 이 이사는 KFA가 발표한 한국축구 기술철학에 대해 내 생각을 물었다. 나도 한국축구 기술철학에 대한 생각들을 솔직히 말했다. 이 이사는 감독직을 제안했고, 내가 밤새 고민한 끝에 이를 수락했다”고 털어놓았다.
수많은 모순 속에 선임된 홍 감독은 10년 전 대표팀 사령탑 시절을 ‘실패’라고 인정했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탈락한 뒤 물러났던 때를 돌아보며 “그때는 실패가 맞다. 내가 선수들을 너무 단편적으로 판단해 발탁했던 것이 잘못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제는 K리그에서 3년 반 동안 지내며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어떤 유형인지 잘 알고 있다. 그것이 10년 전과 차이”라고 덧붙였다.
KFA의 불합리한 감독 선임과정과 전 소속팀 울산 HD를 나와 대표팀으로 이직한 상황 등에 대한 비판에는 “오로지 내가 감수해야 할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월드컵 16강 이상’을 목표로 잡은 홍 감독은 “나에 대한 잘못을 용서받으려면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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