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수면질환은 그리 낯선 문제가 아니다. 수면은 우리 몸이 휴식을 취하며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수면의 질이나 양이 충분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과도할 경우, 일상 생활에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기면증은 밤에 충분히 잠을 자고도 낮 동안 참을 수 없는 졸음에 시달리며, 종종 의지와 상관없이 잠에 빠져드는 질환이다. 방치하면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초래하거나 안전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하여 관리해야 한다.
수원 아주웰이비인후과 김병철 원장                          사진제공|수원 아주웰이비인후과

수원 아주웰이비인후과 김병철 원장 사진제공|수원 아주웰이비인후과


기면증의 발생 원인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뇌의 신경전달체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특히 수면과 각성 상태를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히포크레틴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이 기면증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유전적인 요인, 두부 외상, 스트레스 등의 요소도 기면증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고 있다.

기면증은 잠을 많이 잔다는 점에서 과다수면증으로 혼동하기 쉽다. 두 질환의 차이는 수면의 자각 여부다. 과다수면증은 과도한 수면을 취하며 환자 본인이 이를 자각하는 상태이지만 기면증은 환자 본인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갑자기 졸음이 몰려오며 잠에 빠져들게 된다. ‘수면발작’은 기면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대화를 하거나 식사를 하던 중에도 졸음에 이끌려 잠에 빠져들게 된다.

이 밖에도 기면증 환자에게는 감정적인 변화에 따라 신체 근육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 통상 기면증 환자의 60%가 이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유지되는 기간은 사람마다 수초에서 수십 분까지 다르다.
기면증 환자는 흔히 ‘가위에 눌렸다’고 하는 수면 마비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주로 잠들기 직전이나 잠에서 깬 직후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몸은 깨어 있으나 의식이 아직 깨지 않아 생기는 증상이다.

이처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까닭에 기면증을 정확히 진단하기란 쉽지 않다. 의료진의 문진뿐만 아니라 수면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수면다원검사와 다수면잠복기검사 등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수면다원검사는 하룻밤 동안 수면의 질과 상태를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검사로, 환자의 뇌파, 심박수, 호흡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기면증 환자는 이 검사에서 잠에 들어서 15분 이내에 렘(REM) 수면에 접어드는 특징을 보일 수 있다. 다수면잠복기검사는 하루 동안의 졸음 증상을 평가하고, 환자가 잠에 빠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검사로, 기면증을 진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우에 따라 뇌 MRI 촬영이 필요할 수도 있다.

기면증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치료 방법은 주로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기면증 환자는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며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 낮에 짧은 낮잠을 자는 것도 수면발작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약물치료의 경우, 뇌를 각성시키는 약물을 이용해 졸음을 줄이는 방식이다.

기면증은 30대 이하의 젊은 나이에 생기는 경우가 많아 방치하면 정상적인 학업, 취업, 사회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몰려와 자기도 모르게 잠드는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면 수면다원검사 등을 통해 기면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 관리하기 바란다.

수원 아주웰이비인후과 김병철 원장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