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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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 속에 질서!’

아무리 중독성 강한 ‘맛’을 자랑한다 해도 오래 먹으면 질리는 법이다. 그럼에도 장기간 시청자들 입맛을 사로잡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MBC 최장수 예능프로그램이자 ‘지상파 토크쇼’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라디오스타’가 2월 5일 900회를 맞는다.

토크쇼 트렌드가 스타 1인이 진행하는 유튜브로 거의 옮겨간 상태지만, ‘라디오스타’는 여전히 멀티 MC 체제를 이어가며 ‘토크 맛집’을 자랑한다.

‘라디오스타’가 2007년 5월 30일부터 시작해 17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비결은 누가 뭐래도 김국진, 김구라, 유세훈, 장도연 등이 거침없는 입담으로 버무린 ‘독한 맛’에 있다.

김구라와 첫 방송부터 함께한 ‘터줏대감’ 김국진은 22일 서울 상암동 MBC라운지에서 열린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처음 할 땐 너무나 공격적이라 초반에 많이 당황했다. 혼자 안절부절못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런데 공격적인 게 시간이 흐르며 룰이 됐고 ‘라디오스타’만의 장점이 되어 흘러가는 걸 보면서 ‘다른 방식의 무질서 속 질서를 지키는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네 명의 MC 가운데 ‘맏형’이기도 한 그는 “장도연 씨는 깊으면서도 장난기가 있고, 유세윤 씨는 장난기만 있고, 김구라 씨는 가벼움의 극치다. 쉴 새 없이 가벼운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시간이 지나면서 깊고 따뜻해진 것 같다. 지금 시대에 맞게끔 밸런스가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며 뿌듯해 하기도 했다.

김구라도 “데뷔 32년이 됐는데, ‘라디오스타’와는 햇수로 18년이 됐다. ‘김구라하면 라디오스타가 떠오르지 않나’ 그런 점에서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MC들과 달리 2023년 뒤늦게 합류한 장도연은 “지금 같은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했다. 사실 장도연은 토크쇼 형태의 인기 웹 예능 ‘살롱드립’ 등을 통해 단독 진행 솜씨를 인정받았지만, 선배 개그맨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나간다.

그는 “합류한 지 얼마 안 돼 900회 기념하는 자리에 앉게 돼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라디오스타’ 첫 회가 2007년인데, 제가 데뷔한 해다. 운명 같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해서 인연을 끼워 맞췄다. 앞으로 1000회 될 때까지 내쳐지는 일 없이 이 자리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