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디아 고가 2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싱가포르 ㅣAP 뉴시스
‘축구란 단순한 게임이다. 22명이 90분간 공을 쫓아다니다가, 결국에는 항상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다.’ 열렬한 축구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 봤을 유명한 경구다. 잉글랜드 대표 공격수였던 게리 리네커가 1990년 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후에 한 말이다. 잉글랜드가 독일과의 상대 전적에서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이 공감을 얻은 이유는 월드컵과 유로 같은 큰 무대에서 독일이 잉글랜드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독일은 월드컵에서 네 차례, 유로에서 세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큰 경기에서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는 팀이라는 인식을 축구팬에게 심어줬다.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에서 열린 LPGA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240만 달러)에서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게리 리네커의 말을 골프에 대입해 보게 되었다. ‘골프란 단순한 게임이다. 140명이 4일간 풀밭에서 공을 쫓아다니다가, 결국 리디아 고가 이기는 게임이다.’
물론 이런 대입에는 무리가 있다. ‘골프는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게임이다.’ ‘골프는 한 선수가 여러 대회를 지배하기 어려운 게임으로 대회마다 새로운 우승자가 나온다.’ ‘지난해 리디아 고보다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넬리 코르다(미국)가 있다.’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은 참가자가 140명이 아니라 66명이었다.’라는 등의 크고 작은 반박이 가능하다.

리디아 고(가운데)가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동료들로부터 우승 축하 세리머니를 즐기고 있다. 싱가포르 ㅣAP 뉴시스
마지막 날 경기에서 리디아 고는 한순간도 단독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공동 2위인 지노 티띠꾼(태국)과 후루에 아야카(일본)를 4타 차로 누르고 편안한 승리를 거뒀다. ‘리디아 고는 주요 대회에서 우승 기회를 잡으면 이를 놓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라는 인상을, 경기를 보는 내내 골프 팬에게 주었고, 게리 리네커의 축구에 대한 말을 떠오르게 했다. 그녀는 파리의 뙤약볕에서도 그랬고, 세인트앤드루스의 비바람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시아의 오거스타 내셔널이라고 불릴 만한 싱가포르의 센토사에서도 그랬다.
지난해 그녀는 파리올림픽에서 우승하면서 올림픽 금, 은, 동메달을 모두 수집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다. 이어 벌어진 메이저 대회인 AIG위민스 오픈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골프의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들어 올리는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는 ‘골프의 성배’로 여겨진다. 골프의 성배를 들어 올린 여자 선수로는 리디아 고 이전에는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밖에 없었다.
지난해 그녀가 거둔 LPGA 투어 3승과 올림픽 우승은 넬리 코르다의 7승보다 가치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LPGA 명예의 전당에 최연소로 입성한 그녀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우승상금 5억2000만 원을 추가하여 역대 상금 랭킹에서 캐리 웹(호주)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그녀 앞에는 오직 애니카 소렌스탐만이 남아 있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올해 안에 역대 상금 1위 등극도 가능할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LPGA 23승을 달성한 그녀의 나이가 27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리디아 고가 2일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퍼트를 정렬하고 있다. 리디아 고는 이날 15번 홀에서 롱퍼팅을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했다. 싱가포르 AP 뉴시스
리디아 고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5번 홀(파3)에서 롱퍼팅을 성공시켜 3홀을 남기고 4타 차이를 만들면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었다. 그녀의 퍼팅은 13미터를 남겨 두었고, 내리막이었기 때문에 2퍼팅이면 좋은 결과로 생각되었다. 리디아 고는 신중하게 퍼팅 라인을 읽은 후, 특유의 차분한 루틴을 거쳐 스트로크를 시작했다. 볼은 부드럽게 클럽 페이스에 맞았고, 처음에는 살짝 오른쪽을 향하는 듯했지만, 그녀가 계산한 대로 경사의 영향을 받으며 왼쪽으로 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핀에 붙은 것을 자신한 듯 공을 끝까지 지켜보지 않고 핀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볼은 점점 속도를 줄이며 홀컵을 향해 다가갔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던 공은 홀컵의 왼쪽 끝으로 빨려 들어가며 테두리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고 홀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롱퍼팅 성공은 리디아 고의 정교한 거리 감각과 침착함, 그리고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 챔피언 기질을 다시금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주요 대회를 지배할 것이 예상되는 리디아 고의 플레이를 관람하면서 게리 리네커의 경구가 몇 번은 더 골프 팬의 머리에 떠오를 것이 분명해 보였다.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골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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