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셋업맨 구승민이 지난달 28일 일본 미야자키 미야코노조구장에서 열린 지바롯데와 교류전 8회 구원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셋업맨 구승민이 지난달 28일 일본 미야자키 미야코노조구장에서 열린 지바롯데와 교류전 8회 구원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셋업맨 구승민(35)은 스프링캠프에서 재기를 다짐했다. 다행히 대만 타이난 1차 캠프와 일본 미야자키 2차 캠프에서 거둔 성과는 만족스럽다. 지난달 26일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구춘대회’ 첫날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청신호를 켰고, 지바롯데 마린스전과 두산 베어스전까지 총 3경기에서 3이닝 무4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구)승민이가 올해 키(key)”라고 말했다.

●재기

구승민은 지난해 3~4월 9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ERA) 21.94, 이닝당 출루허용(WHIP) 4.50으로 고전했다. 5월 이후 반등해 제 모습(57경기·ERA 3.10·WHIP 1.51)을 되찾았지만, 원인 분석은 필요했다. 구단 안팎에선 구승민이 등판 상황을 가리지 않고 투입돼 부하가 쏠렸으리라고 분석했다. 셋업맨이지만, 2023년까지는 홀드 상황뿐 아니라 4점차 이상으로 앞서거나 뒤진 상황에서도 투입됐다.

그럼에도 구승민은 자신을 탓했다. 그는 “지난해 (부하가) 좀 온 듯했지만, 외부 요인은 없었다. 다만 내가 준비돼 있지 못했다”며 “(2023년까지) 해온 것과 같은 퍼포먼스를 내도록 몸을 만들었어야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내 몫을 못해 예년만큼 던지지 못했는데, 한편으로는 많이 던지지 않았으니 올해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 후 첫 시즌에 갖는 부담 또한 내려놓고 예년처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롯데 셋업맨 구승민이 지난달 28일 일본 미야자키 미야코노조구장에서 열린 지바롯데와 교류전 도중 불펜에서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셋업맨 구승민이 지난달 28일 일본 미야자키 미야코노조구장에서 열린 지바롯데와 교류전 도중 불펜에서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자리

구승민은 역할을 강조했다. 롯데는 필승조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갖췄다. 김상수, 구승민과 마무리투수 김원중을 비롯해 지난해 11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출신의 정철원까지 영입했다. 구승민은 “(정)철원이가 합류하고 불펜이 좀 더 단단해졌다”며 “(최)준용이가 캠프 도중 팔꿈치 치료를 받게 됐지만, 우리가 각자 자리에서 제 몫을 한다면 한쪽에 부하가 쏠리거나 리드 상황에 불안해할 만한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승민은 셋업맨으로서 구단 역대 최다 홀드(121개)를 계속 경신하고 싶은 마음보다 팀이 우선이다. 그는 “우리를 5강권으로 보지 않는 시선을 존중하지만, 우리 투·타가 각자 위치에서 쳐줄 때 쳐주고, 막아줘야 할 때 잘 막아준다면 자연스럽게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 역시 리셋 버튼을 누르고 새롭게 준비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으니, 새 시즌에는 내 자리에서 내 몫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