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혹한에 얼고, 폭염에 타고…‘비정상’ K리그 잔디, EPL & J리그 벤치마킹이 길 열어줄까?

지난해 11월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의 그라운드에 설치된 대형 채광기. 스포츠동아DB

축구가 ‘잔디 이슈’에 파묻혔다. FC서울-김천 상무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 경기가 열린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최악의 그라운드로 분노를 샀다. 파이고 들린 잔디에 좋은 플레이는 사라졌고, ‘잉글랜드 특급’ 린가드(서울)가 홀로 잔디에 걸려 넘어지면서 발목을 다칠 뻔한 아찔한 장면만 남았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년째 반복되고 온갖 비판이 쏟아졌음에도 바뀐 게 없다. 유감스럽게도 당분간 계속될 논란이다. 겨울철을 지나는 지금은 ‘누더기 잔디’가 질타를 받지만, 머잖아 타들어간 ‘논두렁 잔디’로 바뀔 예정(?)이다.

일각에선 K리그가 세계적 추세인 ‘추춘제’를 시행하기 위해 그라운드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하나, 냉정히 보면 지금의 ‘춘추제’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사계절이 사라지고, 혹서기와 혹한기밖에 없는 기후에서 최적의 그라운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이미 다양한 방안이 거론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대부분의 유럽 리그와 2025~2026시즌부터 추춘제에 돌입할 일본 J리그에서 시행 중인 그라운드 지온 관리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비셀 고베가 J리그에선 유일하게 그라운드 하단에 열선을 깔아 운영하고 있고, 그외 거의 모든 경기장도 계절을 달리해 그라운드에 깔린 파이프를 통해 냉수와 온수를 흘려주는 보일러 형태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채광기와 송풍기도 필수다. 유럽의 많은 경기장에선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정해진 시간대에 채광기를 작동한다. 토트넘과 아스널(이상 잉글랜드)은 여러 대의 채광기로 그라운드 전체를 덮어 부족한 일조량을 채워준다. 이는 잔디의 체계적 생육과 관리에 큰 도움을 준다. 또 여름철에는 대형 송풍기로 지열을 낮춰 잔디가 타죽는 현상을 최소화한다.

천연·인조잔디를 일정 비율로 섞는 하이브리드잔디, 난지형 잔디와 한지형 잔디를 서로 덧대는 오버시딩 공법 등도 제시된다. J리그 구단 절반 이상이 오버시딩으로 잔디를 관리한다. K리그 경기장 대부분은 한지형 잔디로 구성된 만큼 오버시딩이 현실적일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큰돈이 필요하다. 정해진 답도 없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하이브리드잔디로 조성됐고, 앞서 급수 배관을 피치 일부에 깔아 시범운영을 했으나 비용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져 포기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양질의 상품(경기)은 최상의 환경에서 나오는 법이다. “잔디 생육과 관리가 어려운 특수한 환경이라고 해도 축구를 하는 한 언젠가는, 또 무조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 K리그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