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MBK 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마리아네트 밀러-믹스(Marianette Miller-Meeks) 의원은 미국 상무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 투자를 받은 MBK가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광물·자원 분야에서 중국의 통제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와 의회가 협력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의 밀러-믹스 의원은 아이오와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으며, 군 장교 출신으로 현재 미 하원 에너지 및 상업위원회의 에너지 분과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특히 공화당 하원 의원들의 기후변화 대응 모임인 ‘Conservative Climate Caucus’의 의장을 맡아 에너지 안보와 기후 변화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MBK의 고려아연 인수, 핵심 광물 공급망 위협”

밀러-믹스 의원은 5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 다이앤 패럴(Diane Farrell) 국제무역 담당 차관보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최근 중국과 연계된 기업들이 MBK를 통해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의 지배권을 확보하려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비철금속 제련 산업은 이미 중국의 영향력이 강한 분야로, 고려아연은 중국이 수출 통제를 한 핵심 광물의 공급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수출 통제한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은 반도체, 재생 에너지, 방위산업 등 미국의 전략 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광물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힘쓰고 있다. 밀러-믹스 의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중국이 수출을 통제한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을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이 중 안티모니, 비스무트, 텔루륨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며, 특히 방위 및 항공우주 산업에 필수적인 안티모니는 연간 약 3,500톤을 생산해 국내 수요를 전부 충당하고 있다. 인듐은 연간 90톤 이상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며, 비스무트와 텔루륨의 생산량도 각각 세계 시장의 6%, 17.5%에 달한다.

미국 정치권은 고려아연이 MBK에 넘어갈 경우, 미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 전략이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다. MBK는 현재 펀드 6호를 통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 펀드에는 중국 외환투자공사(CIC)가 출자자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밀러-믹스 의원은 “MBK의 고려아연 적대적 M&A가 성공하면 공급망 문제를 심화시키고, 기술 유출 위험을 증가시키며, 미국 산업과 방위 역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미국은 우리 경제와 방위를 지탱하는 공급망이 적대 세력에 장악되지 않도록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상무부가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美 정계, 한목소리로 MBK 인수 반대

밀러-믹스 의원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권에서도 MBK의 고려아연 인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잭 넌(Zach Nunn) 하원의원도 지난달 패럴 차관보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이 MBK를 통해 고려아연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면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의 통제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화당 원로인 빈 웨버(Vin Weber) 전 하원의원은 제프리 파이어트(Geoffrey Pyatt) 국무부 에너지자원 차관보에게 보낸 서한에서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면 중국 기업들로의 광범위한 기술 이전을 초래할 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탈중국 공급망 보호 노력도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로버트 오브라이언(Robert O’Brien)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에릭 스왈웰(Eric Swalwell) 하원의원 등도 고려아연의 역할이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MBK의 인수 시도에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정치권이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중국의 전략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반도체, 재생 에너지, 방위산업 등 핵심 산업에서 중국과의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요한 광물 공급망이 중국의 통제하에 놓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밀러-믹스 의원을 비롯한 미국 정치인들의 경고가 실제 정책적 대응으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가운데, 고려아연의 경영권 향방이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 구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