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스타즈 나가타 모에(12번)가 8일 청주체육관에서 벌어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PO 4차전에서 승리한 직후 허예은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KB스타즈 나가타 모에(12번)가 8일 청주체육관에서 벌어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PO 4차전에서 승리한 직후 허예은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청주 KB스타즈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정규리그 우승팀 아산 우리은행에 절대 열세라는 예상을 깨고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지난 시즌 후 ‘국보센터’ 박지수(196㎝·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의 해외 진출로 전력이 크게 약해졌음을 고려하면, 올 시즌의 행보는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다.

그 중심에 일본인 아시아쿼터 선수 나가타 모에(28·174㎝)가 있다. 나가타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27경기에서 평균 33분17초를 뛰며 12.93점·6.2리바운드·3.1어시스트를 올리며 팀이 정규리그 4위로 PO에 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최우수 아시아쿼터 선수로 선정됐다. 우리은행과 4강 PO 4경기에선 평균 35분43초 동안 8.3점·5.8리바운드·6어시스트를 기록했고, 2·4차전에서 모두 극적인 결승 득점을 책임졌다.

4일 2차전에선 종료 버저와 함께 플로터를 적중하며 58-57 승리를 이끌었고, 8일 4차전에선 60-61로 뒤진 종료 4.1초 전 결승 레이업슛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침착함이 남달랐다. 2차전에선 득점 인정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세리머니를 최대한 자제했고, 4차전에선 득점 직후 곧바로 수비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나가타의 이 같은 모습은 KB스타즈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데 큰 힘이 된다. 슈터 강이슬과 가드 허예은이 공격에 집중하는 동안 리바운드, 수비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동료들이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는 전면에 나서서 중심을 잡는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프로다움을 엿볼 수 있다. 김완수 KB스타즈 감독도 엄지를 치켜세운다.

나가타의 전방위 활약 덕분에 박지수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던 KB스타즈는 이제 누구든지 주연이 될 수 있는 팀으로 변모했다. 과거와는 다른 경쟁력을 채운 것이다. 10일 아산에서 펼쳐질 5차전에서도 나가타가 팀과 함께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