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선수들. 사진제공|WKBL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제공|WKBL



아산 우리은행이 4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에 오르는 과정은 무척 험난했다. 정규리그 4위 청주 KB스타즈와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5차전까지 혈투를 벌였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승리와 더불어 추가로 거둔 성과는 분명했다. 포워드 김단비(180㎝)에게 의존하는 모습이 크게 줄었다. 김단비는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29경기에서 평균 21.1점·10.9리바운드·3.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늘 상대팀의 수비는 그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다른 공격 옵션을 찾는 게 우리은행의 급선무였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이번 시즌 초반부터 이런 현상을 경계했다. 박지현(스페인 마요르카), 박혜진(부산 BNK 썸), 최이샘(인천 신한은행), 나윤정(KB스타즈) 등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제패를 이끈 주역들이 모두 떠난 탓에 전력이 크게 약해졌지만, 이를 핑계 삼지 않았다. 위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부처에서 (김)단비를 찾지 말라”고 불호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 대신 한엄지, 심성영, 박혜미, 김예진 등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우리은행 특유의 조직적 농구에 녹아들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 노력은 이번 4강 PO 5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새 얼굴들이 적시에 활약하며 팀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힘을 보탰다. PO 5경기에서 박혜미는 평균 6.6점·4리바운드, 심성영은 6.8점·1.2리바운드·1.2어시스트를 각각 기록했다. 일본인 아시아쿼터 스나가와 나츠키도 평균 10점·3.4리바운드·3어시스트의 눈부신 활약 속에 팀 공격을 조율했다. 김단비는 17.2점·12.4리바운드·4.4어시스트를 올리며 중심을 잡아줬다.

기록으로 평가할 수 없는 요소는 또 있다. ‘전원 해결사화’다. 4강 PO 5차전(53-45 승)에선 김단비(15점·12리바운드)가 다소 지친 상황에서 박혜미(14점)와 심성영(13점)이 해결사로 나섰다. 이들은 접전이 이어지던 2쿼터 막판 연거푸 3점슛을 꽂으며 우리은행이 흐름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규리그 막판 이명관, 한엄지, 이민지 등이 김단비를 뒷받침할 옵션으로 떠오른 데 이은 또 다른 소득이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큰 수확이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이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팀이 되길 바란다. 이번 시즌은 그 초석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4강 PO를 통해 ‘김단비 올인’ 현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만으로도 이미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사진|WKBL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사진|WKBL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