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백호(왼쪽)와 키움 외국인타자 야시엘 푸이그. 스포츠동아DB

KT 강백호(왼쪽)와 키움 외국인타자 야시엘 푸이그. 스포츠동아DB



최근 메이저리그(MLB)에선 고정관념을 깬 리드오프가 적잖게 등장했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홈런타자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번 타순에 들어선 게 대표적이다. 둘 중 슈와버는 발이 빠르거나 정확도가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손에 꼽히는 장타력과 선구안이 그를 리드오프로 만들었다. 이 기용에는 ‘가장 강한 타자를 가장 많은 타석에 세우겠다’는 의중이 담겼다.

●강한 1번에서 강한 테이블세터로!

KBO리그에도 이와 같은 동향이 생겼다. 선구자는 KT 위즈다. 이강철 감독은 이미 지난해 멜 로하스 주니어를 리드오프로 기용해 재미를 봤다. 30홈런도 너끈한 중심타자를 1번 타순에 세운 것 자체로 파격이었다. 당시 이 감독은 1회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려고 했다. 하위타선에는 기동력이 뛰어난 타자들을 배치했다. 타순이 한 바퀴 돈 뒤에는 로하스가 사실상 중심타자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강한 1번’의 결실을 본 KT는 올해 또 다른 강타자 강백호에게 리드오프, 로하스에게 2번타자를 맡기고 있다. ‘강한 테이블세터’를 꾀한 것이다.

키움도 ‘강한 테이블세터’를 구성한다. 홍원기 감독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타자를 2명 보유한 점을 활용했다. MLB에서도 리드오프로 뛴 적이 있는 야시엘 푸이그가 선봉을 맡는다. 키움은 푸이그의 타격 능력 자체에 주목했다. 홍 감독은 “초장부터 강한 타구를 많이 생산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후 루벤 카디네스의 장타력이 더해지는 게 키움에는 이상적 시나리오다. 카디네스는 9일 시범경기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아치를 그리며 기대감을 키웠다.

●빠르고 정확한 1번

KT, 키움을 제외한 대부분의 팀은 기존의 발 빠른 리드오프 유형을 앞세운다. 황성빈(롯데 자이언츠), 김지찬(삼성 라이온즈), 최지훈(SSG 랜더스), 박찬호(KIA 타이거즈)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도루에 능하다는 측면도 고려됐다.

그런가 하면 시범경기에선 정확도 높은 타자들의 리드오프 기용도 눈에 띈다. 올해는 KBO리그 통산 출루율 1위(0.430)이자, 출중한 콘택트 능력의 소유자인 홍창기(LG 트윈스)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향하진 않는다. NC에선 리그를 대표하는 콘택트 히터인 손아섭이 리드오프를 맡을 분위기다. 시범경기 4경기에서도 리드오프로 10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두산 베어스는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민석을 리드오프로 실험하며 발전 가능성을 보고 있다. 김민석도 4차례 시범경기에서 16타수 6안타로 날카로운 타격감을 뽐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