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우가 31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PGA 투어 휴스턴 오픈 최종라운드 18번 홀에서 퍼트를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이민우는 이 대회에서 최종 합계 20언더파 260타로 우승해 생애 처음으로 PGA투어 대회를 제패했다. 휴스턴(미국) ㅣ AP 뉴시스
2023년 로열 리버풀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있었던 일이다. 먼저 도착해 있던 친구가 이민지와 사진을 찍었다며 좋아했다. 이민지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니, 이민우가 플레이하는 곳에 있다고 했다. 이민지를 찾아가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그곳에는 이민우의 어머니도 있었다.
“민우와 플레이하는 아마추어 선수의 경기력이 별로라서 지금 손해를 보고 있어요. 민우는 잘하는 선수랑 플레이하면 신이 나서 더 잘하는데요.” 이민우 어머니에게는 조 편성이 아쉬웠다. 그때까지 이민우는 보기 두 개를 기록하며 2오버파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런 게 어딨어요? 프로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실력을 발휘해야죠.’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이민우는 분발하여 이글 하나와 버디 세 개를 추가해 151회 디오픈 2라운드를 3언더파 68타로 마쳤다.
이민우는 호리호리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325야드가 넘는 장타를 치며, 6번 아이언으로 230야드를 친다. PGA투어 선수 중에서도 최상급 비거리다. 퍼팅 라인을 직선적이고 공격적으로 가져가서 정확도를 높이는 퍼팅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자연스럽고 유연한 쇼트게임이다. 그는 정확한 거리 계산에 기반하여 기계적인 쇼트게임을 구사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스핀, 탄도, 낙구 기점을 창의적이고 감각적으로 조절한다. 그의 쇼트게임을 보면, ‘요리한다’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소셜 미디어 스타인 이민우는 2023년 디오픈 즈음에 ‘Let Him Cook’이라는 말을 포스팅하며, 자신을 ‘요리사’로 브랜딩하기 시작했다. 그의 팬들은 골프 코스에 요리사 모자를 쓰고 나타났으며, 그로 인해 이민우만의 개성이 골프 코스에서 두드러져 보였다. 그의 인기는 프레지던츠컵과 TGL에 초대받는 기반이 되었다.
이민우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은 PGA투어 승리가 없는 점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대회에서 좋지 않은 시간을 배정받고, 아마추어 선수와 같은 조에 배정되기도 한다. 31일 끝난 PGA 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 오픈 둘째 날에는 오후 늦은 조에서 플레이했는데, 경기가 지연되면서 일몰로 2라운드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
악조건 속에도 그는 합계 10언더파를 기록했고, 11언더파를 기록한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함께 3라운드 경기를 펼치게 되었다. 경기에 앞서 ‘민우는 잘 치는 선수와 경기하면 더 잘한다’라는 그의 어머니 말이 생각났다. 셰플러는 2라운드에서만 8언더파로 코스 레코드 타이를 기록했고,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보기를 한차례도 기록하지 않았다. 이민우가 셰플러와의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궁금했지만, 어머니 말을 들은 적이 없는 골프 팬들은 이민우가 셰플러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지보다는 셰플러가 보기를 범할 것인지에 관심을 쏟았다. 3라운드 경기에서 셰플러는 4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고, 이민우는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기록했다. 이민우 어머니의 말이 맞았다.

이민우가 31일 끝난 PGA 투어 휴스턴 오픈 마지막 날 8번 홀에서 퍼팅라인을 보고 있다. 이민우는 이 홀에서 티샷을 관목 밑으로 보냈지만, 퍼팅에 성공하며 파를 기록했다. 이민우는 우승으로 상금 171만 달러(약 25억1000만원)를 손에 넣었다. 휴스턴(미국) ㅣ AP 뉴시스
이민우는 2위 권과 5타 앞선 채로 마지막 날 경기를 펼치게 되었는데, 4라운드 챔피언 조의 동반자가 셰플러가 아니라는 것이 흠이었다. 경기 초반 이민우가 17언더파일 때, 추격하는 선수는 마스터스를 위해 튜닝을 완료한 듯한 셰플러,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윈덤 클라크(미국), 개리 우드랜드(미국)와 같은 메이저 챔피언들이었다.
공격적인 2위 그룹이 꾸준히 따라오는 동안 이민우는 보기 없이 안정적으로 간격을 유지했다. 그러나 경기 후반 셰플러가 4연속 버디를 하고 이민우가 16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리면서 순식간에 간격이 1타 차로 줄었다. 이민우의 표정에는 긴장이 역력했다. 18번 홀에서 투온에 실패한 이민우는 그린 프린지에서 퍼터를 잡고 핀 10센티미티에 붙여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었다. 챔피언 퍼팅을 남겨놓고 그린의 라이를 두발로 읽는 유머 감각을 발휘한 그는 탭인 파로 셰플러를 한 타 차이로 물리치고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쉽지 않았던 PGA투어 첫 승이었다.
이 대회 우승으로 그는 2주 후에 있을 마스터스 대회에서 최고 레벨의 선수와 조를 이뤄 1, 2라운드를 펼칠 가능성이 커졌다. 비거리, 쇼트게임과 퍼팅이 좋은 이민우가 첫 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는데, 그에게 좋은 조까지 배정된다면 금상첨화다.
이민우가 8번 홀에서 티샷한 공이 관목 밑으로 들어가서 트러블 샷을 준비하고 있을 때, 그의 캐디는 이민우를 말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게 했다. 캐디의 적절한 조언이 없었다면, 이민우는 셰플러와 연장전에 돌입했을지도 모른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브라이언 마틴은 2019년 로열 포트러시에서 열린 148회 디오픈에서 셰인 로리(아일랜드)를 우승으로 이끈 캐디다. 올해 153회 디오픈이 다시 로열 포트러시에서 열리기에 여러모로 이민우의 활약이 기대된다. 로열 포트러시에서 이민우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면, 꼭 해줄 말이 있다.
‘어머니, 당신 말이 맞았어요.’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골프: 골프의 성지에서 깨달은 삶의 교훈’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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