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광명스피돔 18회차 2일차 15경주에서 승리하며 역대 최단 통산 500승을 기록한 정종진이 500승 기념패를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국민체육진흥공단

5월 3일 광명스피돔 18회차 2일차 15경주에서 승리하며 역대 최단 통산 500승을 기록한 정종진이 500승 기념패를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국민체육진흥공단


정종진(20기, SS, 김포)이 최단 기간 통산 500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정종진은 5월 3일 광명스피돔에서 열린 18회차 2일 차 15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500승을 기록했다. 한국 경륜에서 통산 500승은 홍석한(8기, A2, 인천)이 최초이다. 2016년 9월 2일, 793경기 만에 500승(평균 승률 63.1%)을 기록했다. 정종진은 홍석한보다 180 경기나 빠른 613경기 만에 500승(평균 승률 81.6%)을 달성했다.

 경륜경정총괄본부는 정종진의 500승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 경주 직후 광명스피돔에서 기념 행진을 진행했다. 이후 정종진 선수의 가족, 동료 선수,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기념패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정종진은 “500승 달성하게 되어 기쁘다. 하루하루 열심히 훈련하고 시합에 출전했을 뿐이다”며 “지금까지 10년 이상을 한결같이 응원을 보내주시는 모든 분께 영광을 돌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기록 달성을 앞둔 5월 3일 광명스피돔 18회차 2일차 15경주에서 정종진(5번)이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이날 승리를 거두며 정종진은  최단기 500승을 달성했다   사진제공 |국민체육진흥공단

대기록 달성을 앞둔 5월 3일 광명스피돔 18회차 2일차 15경주에서 정종진(5번)이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이날 승리를 거두며 정종진은 최단기 500승을 달성했다 사진제공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 경륜 사상 대기록의 주인공이지만 사실 정종진은 선수 입문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그는 중학생 시절 선생님의 권유로 사이클과 인연을 맺었다. 서울체고를 나와 실업팀 부산경륜공단과 상무를 거쳤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경륜 엘리트 선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대표 태극마크도 달지 못했다. 프로 경륜 선수가 되기 위해 도전한 18기 경륜 선수 후보생 시험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정종진은 이듬해 19기 후보생 시험에 바로 응시하지 않았다. 완벽한 합격을 위해 운동할 시간이 필요했고, 생활비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2년간 동대문 시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운동을 병행했다. 20기로 경륜훈련원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하며 2013년 늦가을 경륜 선수로 본격 입문했다. 
 2013년 11월 10일 번째 경주에서 첫 승을 올렸고 이듬해 특선급에 진출했다. 훈련원을 수석으로 졸업했음에도 한동안 자신보다 졸업 순위가 낮은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정종진의 진가는 3년 차인 2015년부터 나타났다. 그해 3월부터 입상 횟수가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6월 28일 이사장배 대상 경륜에서 첫 대상경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그랑프리 우승 경험이 있는 이명현, 박병하, 이현구를 비롯해 절정의 기량이었던 박용범 등 쟁쟁한 선배 선수들을 상대로 완벽한 젖히기를 선보이며 우승을 했다. 이날을 계기로 정종진이라는 이름을 경륜팬에 각인시켰다.
정종진(5번)이 5월 3일 광명스피돔 18회차 2일차 15경주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최단 통산 500승의 기록을 세웠다    사진제공 |국민체육진흥공단

정종진(5번)이 5월 3일 광명스피돔 18회차 2일차 15경주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최단 통산 500승의 기록을 세웠다 사진제공 |국민체육진흥공단

 이후 강자 반열에 오른 정종진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그랑프리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동시에 4년 연속 다승 1위를 차지했다. 상금 순위 1위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2022년 다시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며 그랑프리 5승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2023년에도 다승 1위를 차지했다.
  정종진은 1987년생으로 올해 38세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기량은 여전해 2023년 60승, 지난해 57승을 거두었다. 전성기인 2016년 59승, 2017년 63승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기록이다. 올해도 승률 89%, 연대율과 삼연대율은 100%를 기록하고 있다.

 예상지 ‘최강경륜’의 설경석 편집장은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의 선수들이 정작 프로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추어 시절 무명이던 정종진이 프로에서 10년 이상 최고의 실력을 보여준 비결은 특유의 성실함과 인내심 덕분”이라며 평가하며 “정종진이 새로운 기록을 얼마나 세울지 지켜보는 것도 경륜을 즐기는 재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