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지역에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안동 지례예술촌(다행히 보존된 고택).  사진제공 ㅣ 안동시

경북 지역에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안동 지례예술촌(다행히 보존된 고택). 사진제공 ㅣ 안동시




비지정 고택 피해 실질적 복구 대책 마련 시급… 담당 부서조차 없어 혼선
지난 3월 경북 안동과 의성 지역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수천 채의 주택과 광대한 산림이 전소된 가운데, 문화재 피해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복구가 속속 추진되고 있으나, 비지정문화재로 분류된 고택들은 사실상 복구 대상에서 제외되며 방치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산림청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전국적으로 3285채의 주택이 전소됐고, 국가지정문화재 33건이 전소 또는 반소됐다. 그러나 비지정 고택이나 향토 유산 등은 피해 규모조차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담당 부서조차 없어 피해 신고와 지원 절차가 지연되고 있어 피해 고택 소유자들이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일반 주택 피해에 대해 2000만 원에서 3600만 원의 지원을 검토 중이며, 비지정 고택도 이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많은 고택이 건평 100평 이상에 전통 공법을 사용해 지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복구에는 1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지원은 최대 5000만 원에 불과해 전체 복구비의 5%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안동시 문화유산 담당자는 “지정문화재는 정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복구가 추진되지만, 비지정 고택은 주택 분류에 따라 최대 3600만 원 지원이 전부”라며 “지원금 등을 포함해 1억원 정도의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경상북도가 정부에 추가 지원을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지정문화재라는 행정적 분류가 곧 가치의 부정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많은 고택이 문화유산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향후 지정문화재로 승격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도, 행정상의 이유로 복구 대상에서 제외돼 공동체 유산 보호라는 국가의 책무와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사회에서는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안동 지역에는 후손이 없어 방치되었거나 지자체에 기증되어 관리되고 있는 고택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를 산불로 고택을 잃은 소유주에게 제공해 거주와 관리 역할을 맡기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른바 ‘대체 고택 제공’ 방식은 복구 비용 절감과 문화유산의 지속적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문화재 보존 관계자는 “고택은 단순한 주거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행정적 사각지대에서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과 관련 부처는 지금이라도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별도 피해 현황 조사와 맞춤형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고택의 도시 안동이 더 이상 ‘문화재의 무덤’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역민들의 절박한 외침에 정부가 응답해야 할 때다.

안동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