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조 대구경북취재본부장

나영조 대구경북취재본부장



“공직자는 지역의 얼굴이자 미래다” 흔히 들리는 말이지만, 최근 경북 영주에서는 이 말이 무색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한때 지역 발전의 희망을 걸었던 지도층 인사들이 연달아 법의 심판대에 오르면서,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영주시장은 얼마 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선거 당시부터 불거졌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나면서, “혹시나” 했던 시민들의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시장직의 공백은 단순히 자리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시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진다. 공무원 조직은 혼란스러워지고, 시민들은 행정에 대한 불신을 키워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영주 출신으로 경북도의회 의장직을 맡았던 인물이 억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충격적인 일이 뒤따랐다. 그는 의회의 수장으로서 청렴과 공정의 상징이어야 할 자리였다. 하지만 금품 수수 의혹에 휘말리며, 지역 정치의 도덕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정타가 되고 말았다. 이쯤 되면 시민들이 말한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단지 한두 명의 일탈로 보기 어려운, 영주시 지도층 전반에 걸친 도덕적 해이와 제도적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공직 사회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책임감도 실종된 듯하다.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역 정치 전반의 구조적 부패를 반영하는 징후라 볼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공직자의 부패가 곧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실제로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기업 유치, 정책 추진, 주민 신뢰 등 모든 면에서 악영향을 끼친다. 시민단체와 지역 원로들이 공직윤리 강화를 외치며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자는 영주시청 앞을 지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서 일말의 기대도 들었다. “이런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엔 정말 뼈를 깎는 개혁이 있어야 한다” 이 말 속에는 실망 너머의 희망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분명히 드러났다. 이제는 시와 의회, 공직자들이 그 책임을 져야 할 차례다. 이번 사태가 영주시 공직사회의 대대적인 자정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진심 어린 반성과 함께, 시민 눈높이에 맞는 청렴 행정을 위한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지역 정치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어야 한다.

영주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