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와 한문화재단은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외국인 을사영웅’ 호머 헐버트 박사를 기리는 캠페인을 본격 추진한다.

앞서 반크는 지난 3월, 을사늑약 체결 120주년을 맞아 황현, 신돌석, 조병세, 민영환, 안중근을 ‘을사영웅’으로 임명하고. 이들의 저항정신을 조명하는 캠페인을 추진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을사늑약에 저항하고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고발했던 헐버트 박사를 ‘외국인 을사영웅’으로 임명하고, 그의 업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릴 계획이다. 

헐버트 박사는 1896년부터 조선 최초의 서양식 학교인 육영공원의 교사로 부임하며 고종 황제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조선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고종의 특사로 임명되어, 미국 정부에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외교적 사명을 수행했다. 비록 당시 미국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일본과 협력하고 있어 그의 외교적 노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언론 활동을 통해 국제 사회에 한국의 독립 의지를 전파했다.

1905년 고종 황제가 을사늑약의 무효를 선언한 후, 헐버트 박사는 뉴욕타임스와 회견을 진행하며 ‘대한제국, 조약을 부인하다’, ‘한국 황제를 위한 미국 국민에 대한 호소’ 등의 기사를 통해 미국 사회에 한국의 독립 의지를 알리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을사늑약 체결 이후 고종은 다시 한번 을사늑약의 무효와 일본의 불법성을 알리기 위해 만국평화회의에 헤이그 특사를 파견했다. 헐버트 박사는 조약 상대국 원수 방문 특사로, 이상설·이준·이위종은 만국평화회의 참석 특사로 임명되어 네 명의 특사가 비밀리에 헤이그에 도착했지만, 일본의 방해로 회의 참석은 무산됐다.

그런데도 헐버트 박사는 영국 언론인 윌리엄 토마스 스테드를 통해 한국의 현실을 국제 사회에 폭로하고, ‘공고사’를 집필하여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널리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헐버트 박사는 특사, 언론인 그리고 독립운동가로서 을사늑약 전후 일제의 만행을 세계에 고발하며 한국의 독립을 위한 싸움에 앞장섰다. 그의 헌신은 민영환, 안중근 등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민영환은 헐버트의 대미 특사 임명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헐버트는 민영환의 자결 이후 그를 추모하는 글을 남기고 관립중학교 학생들에게 민영환의 혈죽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안중근 또한 헐버트 박사를 “한국의 독립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린 고마운 사람”이라며, “한국인이라면 헐버트를 하루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크는 헐버트 박사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그를 ‘외국인 을사영웅’으로 임명하고, 그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특히 반크는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현재 3등급(독립장)에 머물러 있는 서훈을 1등급(대한민국장)으로 승격해야 한다는 여론을 함께 확산시키고 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을사늑약을 피해자의 저항정신으로 승화시킨 ‘을사영웅 캠페인’의 연장선에서, 헐버트 박사야말로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전 세계에 알린 ‘외국인 을사영웅’으로 주목받아야 한다”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 세계 한류 팬들과 함께 외국인 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헐버트 박사의 정신을 본받아, 한국인들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타국을 돕는 주체가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정우 청년연구원은 “당시 일제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고종 황제의 특사로서 을사늑약에 저항했던 호머 헐버트 박사의 정신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라며, “한국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을사늑약이 무효임을 국제사회에 끊임없이 알린 헐버트 박사야말로 진정한 외국인 을사영웅”이라고 전했다. 

이번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된 포스터는 호머 헐버트 박사의 을사늑약 저항 의지와 서훈 등급 승격의 필요성을 핵심 메시지로 담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에 실린 헐버트 박사의 인터뷰 기사 2편과 고종 황제가 직접 임명한 헤이그 특사 임명장을 통해, 언론인과 외교 특사로서 국제사회에 한국의 현실을 알리고자 했던 그의 활동을 집중 조명한다.

포스터는 반크 공식 사이트와 글로벌 사진 공유 플랫폼 ‘플리커(Flickr)’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다. 반크는 많은 누리꾼들이 이를 활용해 호머 헐버트 박사의 업적을 기억하고, ‘외국인 을사영웅’에 대한 관심이 더욱 확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크와 한문화재단은 헐버트 박사의 현행 3등급(독립장) 건국훈장을 1등급(대한민국장)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비롯해, 그의 이름을 딴 명예도로 지정 등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지속해서 전개해왔다.

한편, 반크는 한국의 우수한 정책을 한류의 일환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정책 제안 및 소통 플랫폼인 ‘울림’과 ‘열림’을 운영하며, 이를 통해 한국의 정책을 세계와 공유하고 글로벌 인식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반크는 전 세계 2억 명에 달하는 한류 팬들의 관심이 단순한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의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 전반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흐름이 한국의 정책과 지구촌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K-정책 한류’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반크는 ‘K-정책 한류’를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을 아시아의 중심이자 동북아의 관문, 그리고 전 세계인과 꿈과 우정을 나누는 나라로 변화시켜, 한국이 글로벌 변화의 중심에 서는 국가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