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를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 주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잇따라 유망분야 투자를 확대하며 차세대 성장 동력 마련을 본격화 했다.

●연내 인수 절차 마무리
삼성전자는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38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연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플랙트는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가진 공조기기 업체다. 고객별 니즈에 맞춘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라인업,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안정적 냉방이 필수인 대형 데이터센터 ▲민감한 고서·유물을 관리하는 박물관·도서관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터미널 ▲항균·항온·항습이 중요한 대형 병원 등 다양한 시설에 고품질·고효율 공조 설비를 공급해왔다. 특히, 글로벌 대형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에서 뛰어난 제품 성능과 안정성, 신뢰도 있는 서비스 지원 등으로 높은 고객 만족도를 확보하며 빠른 성장세를 지속해 오고 있다.

플랙트의 데이터센터 솔루션은 에너지 절감을 통해 저탄소·친환경 목표 달성이 중요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냉각하는 액체냉각 방식인  CDU(Coolant Distribution Unit)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 냉각용량, 냉각효율의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플랙트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업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DCS 어워즈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 외에도 글로벌 톱 제약사와 헬스케어, 식음료, 플랜트 등 60개 이상의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미래 산업으로 지속 육성”
공조사업의 글로벌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공항과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지난해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로 공조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로봇, 자율주행, 확장현실(XR)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플랙트를 전격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솔루션을 결합해,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좋은 서비스, 유지보수 사업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가정과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시장 중심의 개별공조 제품으로 공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5월에는 미국 공조업체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삼성전자의 기존 판매채널에 레녹스의 판매채널을 더해 북미 공조시장 공략도 강화한 바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