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칸 GTS는 800V 아키텍처 기반의 전동화 시스템과 320kW 초급속 충전, 정밀한 섀시 제어 기술을 결합해 전기차의 한계를 넘은 주행 감각을 완성했다. 사진제공 |포르쉐 코리아

타이칸 GTS는 800V 아키텍처 기반의 전동화 시스템과 320kW 초급속 충전, 정밀한 섀시 제어 기술을 결합해 전기차의 한계를 넘은 주행 감각을 완성했다. 사진제공 |포르쉐 코리아


최고출력 605마력, 제로백 3.3초, 최대 425km의 주행 거리. 하지만 이 숫자들만으로 타이칸 GTS를 설명할 순 없다. 중요한 건 포르쉐가 전기차를 어떻게 ‘포르쉐다운 운전의 언어’로 번역했느냐다.

‘GTS(Gran Turismo Sport)’는 포르쉐에 있어 단순한 트림명이 아니라 모터스포츠 헤리티지를 도로 위로 옮겨 놓은, 가장 포르쉐다운 퍼포먼스 모델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타이칸 GTS는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움직이지만, 모든 반응은 내연기관보다 직관적이고, 모든 감각은 더 정제돼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포르쉐 익스피어리언스센터에서 출발해 바이에른주 에스텐펠트 포르쉐 차징 라운지에서 중간 충전을 한 후 슈투트가르트 포르쉐 박물관까지, 약 500km의 아우토반 주행은 포르쉐 전기차의 본질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여정이었다.

●아우토반 500km를 질주하다

독일 아우토반을 시속 224km로 질주하고 있는 타이칸 GTS.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독일 아우토반을 시속 224km로 질주하고 있는 타이칸 GTS.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은 가혹하다. 규제가 없는 대신, 자비도 없다. 뒤에 더 빠른 차가 있으면 곧바로 자리를 내줘야 한다. 하지만 타이칸 GTS는 아우토반 1차선에서 한 번도 후미로 다가오는 차에 쫓기지 않았다. 평균 속도는 180~200km, 최고 속도인 260km로 질주할 때도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인 자세를 보여줬다. 이 정도 속도라면 승모근이 조여져 오는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타이칸 GTS는 그저 편안하고 고요했다.
그렇다고 운전의 재미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타이칸 GTS의 매력은 고속에서 더욱 또렷해진다. 시속 260km 이상에서도 차체는 흔들림이 없고, 조향은 정밀하다.

타이칸 GTS 인테리어. 사진제공 |포르쉐 코리아

타이칸 GTS 인테리어. 사진제공 |포르쉐 코리아

PASM(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토크 벡터링 플러스, 리어 액슬 스티어링, GTS 전용 섀시 세팅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차를 노면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PASM은 노면 상태와 주행 조건에 따라 댐퍼를 실시간 조절해 주행 안정을 높이고, 토크 벡터링 플러스는 코너링 시 뒷바퀴에 전달되는 동력을 정밀하게 배분해 날카로운 선회를 돕는기능이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저속에서는 회전 반경을 줄이고 고속에서는 차선 변경 시 안정성을 더하며, GTS 전용 섀시는 이러한 모든 시스템을 포르쉐 특유의 주행 감각으로 정제해 일상과 스포츠 드라이빙 사이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게 만든다.

이 모든 기능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가속을 할 때보다 브레이크 밟을 때 오히려 속도감을 느끼게 된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예리하지만 거칠지 않고, 회생제동과 유압제동은 한 덩어리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이질감 없이 속도를 줄여준다. 최고 속도에서 느껴지는 고요한 긴장감, 잘 정제되어 느껴지는 노면의 질감, 페달의 압력, 조향의 응답에 몰입하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중간 기착지에 이르렀고, 포르쉐가 만든 전기차는 여전히 ‘포르쉐’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충전 경험도 포르쉐답게

포르쉐 차징 라운지에서 급속 충전 중인 타이칸 GTS.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포르쉐 차징 라운지에서 급속 충전 중인 타이칸 GTS.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하일브론 근처에 위치한 중긴 기착지 포르쉐 차징 라운지는 그저 배터리를 충전하는 곳이 아니다. 운전자의 호흡을 가다듬고, 차량의 리듬을 다시 맞추는 일종의 리셋 구간이다. 포르쉐 오너임을 증명하는 QR 코드로 입장이 가능하다. 타이칸 GTS를 800V 고속 충전기에 연결한 뒤 라운지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면 충전은 이미 완료되어 있다.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105kWh)는 320kW까지 충전을 받아들인다.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8분. 포르쉐 차징 라운지에서의 충전과 휴식은 충전 스트레스가 아니라 ‘포르쉐 경험의 연장’처럼 흥미롭게 느껴진다.

500km를 달려 포르쉐 뮤지엄에 도착한 타이칸 GTS.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500km를 달려 포르쉐 뮤지엄에 도착한 타이칸 GTS.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남은 구간을 달려 슈투트가르트 포르쉐 뮤지엄에 도착한 순간, 타이칸 GTS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멈췄섰다. 차에서 내렸을 때, 피로보다 운전의 즐거움과 포르쉐 전기차가 몸에 새겨놓은 여운을 더 크게 느꼈다. 전동화 시대의 포르쉐는 운전의 즐거움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증폭시켰다. ‘속도’, ‘정숙’, ‘몰입’, ‘안정성’을 하나의 감각으로 엮었고 단순히 빠른 전기차가 아니라 가장 포르쉐다운 즐거움을 주는 전기차로 완성되었다. 국내에는 22일 출시 예정이며, 가격은 1억 7990만 원(부가세 포함)이다.
슈투트가르트(독일)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