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충남개발공사, 연약지반 처리 없이 건축공사 강행…감사원 적발

●공사비 14억 6천만 원 증액…공사기간도 1년 넘게 연장

사업추진 일정 변경 내역(자료 서천군 공문, 과-16624, 2020년 4월 6일) 일부 발췌. 사진제공｜감사원

충남 서천군과 충청남도개발공사가 연약지반 처리 없이 신청사 건축공사를 무리하게 착공해 막대한 공사비 증가와 공기 지연을 초래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5월 12일 공개한 감사결과에서 서천군과 충남개발공사가 지반 개량 없이 신청사 건축공사를 추진해 기초파일 전도 및 변위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14억 6천만 원의 추가 공사비와 389일의 공기 연장이 발생했다.

●연약지반 알고도 착공 강행

감사 결과에서 서천군은 지난 2017년부터 신청사 부지(약 2.9만㎡)가 연약지반임을 인지하고 6개월간의 지반 개량(PBD 공법)을 설계에 포함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지방선거 일정과 준공 목표 일정에 맞추기 위해 연약지반 처리를 생략한 채 공사를 강행했다.

충남개발공사 역시 관련 사정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반 보강 없이 2020년 3월 2일 공사를 착공했다. 이후 시험 천공 과정에서 기초파일 486개 중 19개가 전도되고, 87개에서 50mm 이상의 심각한 변위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외곽 21번 파일은 370mm 하강, 내측 335번 파일은 400mm 하강 및 150mm 수평 변위가 발생해 구조 안전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보강공사로 14억 6천만 원 증액…준공 1년 이상 지연

기초파일 손상 발생 현황(자료 충남개발공사 긴급안전진단 제출자료 재구성). 사진제공｜감사원

이후 충남개발공사는 추가 안전진단을 통해 지반 보강 대책을 수립하고, 본관동 부지에는 CCM 공법, 의회동에는 마이크로파일 병행 시공을 결정해 2021년 5월 서천군의 설계변경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공사비는 146억 원에서 추가로 14억 6천만 원이 늘었고, 준공 시점도 2021년 12월에서 2023년 4월 6일로 1년 넘게 연장됐다.

●감사원 “설계변경 없이 공사 추진, 절차 위반”

감사원은 서천군과 충남개발공사가 위·수탁 협약과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관계자들에 대해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감사원에 서천군은 “위탁기관으로서 수탁자의 기술적 판단을 존중했으나 향후에는 동일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 충남개발공사도 “설계변경 없이 사업을 추진한 점을 반성하며 내부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행정 처분만으로는 부족…형사 책임도 검토해야”

하지만 일각에선 행정적 주의나 경고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행정사는 “연약지반을 인지하고도 공사를 강행한 것은 명백한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며, ”향후 구조물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형사상 책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역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안에 단순 ‘주의’ 처분만 내려진 것은 문제”라며 “공공기관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형사처벌 등 실질적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충남｜장관섭·김성옥·박병근 기자 localcb@donga.com


장관섭 기자, 김성옥 기자, 박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