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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비철금속 제련업계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불렸던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 성적표가 극명히 엇갈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격차가 발생한 핵심 원인으로 경영진의 역량 차이를 주목한다. 고려아연의 경우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기술 투자, 신사업 육성, 환경 리스크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영풍의 장씨 가문은 사업체질 개선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적대적 M&A에만 몰두하며 본업을 등한시했다는 분석이다.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내세웠던 ‘기업가치 제고’ 명분이 힘을 잃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배경이다.

고려아연은 전략광물과 귀금속 부문에서 뛰어난 수익성을 보이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이 3조832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1.4%(1조4574억원) 증가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별도 기준으로도 2조3886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같은 기간 영풍 1714억원의 무려 14배에 달하는 규모다.

수익성 측면으로도 고려아연이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고려아연의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2711억원으로 ‘101분기 연속 흑자’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는 전년동기 1845억원 대비 46.9%(866억원) 많아진 금액으로 1분기 기준 역대 2위 수준의 영업이익으로 알려졌다. 별도 영업이익도 272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1907억원보다 43%(820억원) 증가했다.

이러한 호실적의 배경에는 전략광물과 귀금속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기술경쟁력 제고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방위산업 소재로 활용되는 안티모니,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산업에 폭넓게 쓰이는 인듐 등 전략광물의 1분기 판매 실적이 전년동기 290억원에서 9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별도기준 매출총이익의 20%를 기여하면서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금·은 등 귀금속도 고려아연의 실적에 힘을 보탰다. 금 매출은 지난해 1분기 1548억원에서 올해 1~3월 3581억원으로, 은 매출도 5014억원에서 7471억원으로 늘면서 안정적 수익기반을 형성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아연·연·동 통합공정’과 회수율 제고 노력의 결실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정광에 포함된 극소량의 희소금속 12종을 추출하는 능력을 갖췄다. 올해 희소금속 회수율을 품목별로 20~30% 높이는 목표를 세우는 한편 기술 혁신,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른 세계시장의 가격 급등세가 함께 작용하면서 수익성 개선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영풍은 실적과 사업 전반적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올 1분기 연결 영업손실은 5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 432억원 대비 적자 수준이 30.3%(131억원) 불어났다. 별도기준 영업적자 또한 506억원으로 작년 1~3월 -101억원과 비교해 적자 규모가 5배 커졌다. 고려아연과 비교해 경쟁력 자체를 논하기 어렵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악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제련부문 매출의 84%가 아연괴에 치우쳤을 만큼 생산품목 편중이 극심한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제련수수료(TC) 급락, 아연 시장가격 약세는 영풍의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인한 석포제련소의 조업정지 58일까지 겪으면서 올 한 해 영풍의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최근 들어 환경단체와 정치권에서 석포제련소를 영구적으로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어 향후 영풍의 사업 지속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찍혔다.

전자부품 계열사들의 실적 위축도 문제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영풍 오너 2세 장세준 부회장이 이끄는 코리아써키트는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546억원에 영업적자 17억원, 순손실 22억원을 시현했다. 이밖에 시그네틱스, 영풍전자 등도 줄줄이 적자에 빠지면서 영풍 전체의 미래성장동력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