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은지(33)와 오마이걸 미미(30), 래퍼 이영지(22)와 아이브 안유진(21) 등 평균 나이 26.5세 ‘MZ 스타’가 뭉친 tvN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 시즌3’(지락실3)가 ‘MZ 예능’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지락실3’에서 언급된 철 지난 온라인 ‘밈’이나 과거 드라마 등이 10·20세대가 즐기는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다시 보기 열풍이 ‘지락실3’ 효과의 대표적 예다. 소지섭·임수정이 주연한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21년 전 방영됐던 드라마로, 9일 방송된 ‘지락실3’에서 언급된 이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순위를 ‘역주행’했다.

이는 ‘지락실3’ 이은지가 자신을 ‘미사 폐인’(미안하다 사랑한다 광팬)이라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이은지는 드라마 속 명장면을 따라 하며 다른 멤버에게도 열띤 ‘영업’을 펼쳤고 이후 멤버들은 쉬는 시간마다 모여 드라마를 몰아봤다. ‘출연자 대표 미사 폐인’ 이은지와 ‘제작진 대표 미사 폐인’ 박준영 PD가 드라마 관련 퀴즈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해당 방송 이후 이은지의 ‘미안하다 사랑한다’ 영업 장면이 담긴 쇼츠(짧은 영상)가 SNS를 휩쓸었고, 급기야 ‘미안하다 사랑한다’ 감독판과 4K 리마스터링 판이 국산 OTT 플랫폼 웨이브 TV쇼 ‘톱10’에 나란히 진입했다. 방영된 지 20년이 넘은 드라마가 순위권에 오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웨이브에 따르면 ‘지락실3’에서 드라마가 처음 언급됐던 9일 이후 열흘간 ‘미안하다 사랑한다’ 시청 시간이 전주 대비 53배나 상승했다. 특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처음 시청하는 20대 시청층이 67배나 상승, 방영 당시 드라마를 즐겼던 40대 시청자 수도 뛰어넘었다.

웨이브에 이어 유튜브에서도 ‘미안하다 사랑한다’ 줄거리 요약 영상들이 잇달아 올라와 빠르게 조회수를 올리자, 티빙도 16일부터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스트리밍하기 시작했다.

과거 드라마뿐만 아니라 철 지난 온라인 ‘밈’인 이른바 ‘전 남친 토스트’ 역시 ‘지락실3’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전 남친 토스트’는 2018년 한 누리꾼이 ‘크림치즈에 블루베리잼을 얹은 전 남자 친구가 해준 토스트 맛을 잊을 수 없다’는 글을 올리며 유행이 된 밈으로, 지난달 25일 방송에서 이영지가 “나만 이 토스트를 몰랐냐”며 흥분하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해당 모습이 담긴 클립 영상과 쇼츠는 각각 조회수 210만 뷰와 320만 뷰를 돌파했고, 이후 ‘이영지가 몰랐던 전 남친 토스트 만드는 법’ 등의 영상과 인증 사진 등이 SNS를 뒤덮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