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고려아연 적대적M&A 논란에 이어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과 사기 의혹에 휩싸이며 전방위적인 수사를 받고 있는 MBK파트너스의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에서 MBK파트너스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로 꼽혀왔던 인사가 사실상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K 내에서 대표까지 맡았던 박태현 씨는 창업세대인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대표이사 김광일 부회장의 서울대 후배이자 같은 법률사무소 출신이기도 하다. 굵직한 투자 건들을 성공시키며 능력을 인정 받았으나 고려아연 적대적M&A에 반대했다는 후문과 함께 내부에서 일부 갈등을 빚다 사실상 결별에까지 이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MBK 대표였던 박씨가 최근 한 법무법인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씨는 올해 개인 사정으로 미국에 머물며 안식년 형태로 쉬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그가 MBK를 떠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는데, 이 같은 내용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박 씨는 해당 법무법인에서 본인 전문 분야인 기업 인수합병과 기업금융, 패밀리오피스센터 등에서 자문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시장에선 MBK 대표까지 맡았던 박 씨를 MBK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로 평가했다. 김광일 부회장과 함께 서울대 출신으로 법대를 졸업한 뒤 같은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다 씨앤엠(현 딜라이브) 인수를 자문한 게 인연이 돼 2011년 MBK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지오영을 비롯한 굵직한 투자 건에 참여하며 MBK가 국내 최대 사모펀드로 성장하는 데 일조했고 내부 신망도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력을 가진 인물의 이탈인 만큼 시장은 몹시 놀라는 분위기다.

MBK 창업세대인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박 대표가 회사를 떠난 이유 중 하나로 시장은 고려아연 적대적M&A를 둘러싼 이견과갈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초 한 매체에서도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경영진 결정에 박 대표와 다른 젊은 경영진이 ‘반대 의견’을냈고, 이로 인해 김병주 회장의 눈 밖에 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의 적대적M&A 논란을 시작으로 최근 홈플러스사기 의혹 등 MBK가 온갖 구설과 비판에 시달리면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반대 등 MBK의 경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박 대표 등의 판단이 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는 1조원이 훌쩍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적대적M&A를 감행했는데도 이사회 장악에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해외 매각 우려 및 국가핵심기술 등 국가기간산업 침탈과 핵심 기술 유출 우려까지 불거지면서 국내기관 등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졌다. 이 때문에 국내 연기금들의 출자사업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또한 유력 LP인 국민연금은 아예 적대적M&A에 출자금을 쓰지 말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기금이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MBK는 고려아연 적대적M&A논란과 홈플러스의 채권 사기 발행 의혹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은 각각 출국 정지와 금지를 당했고, MBK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홈플러스 기습 기업회생 신청에 대해 MBK에 책임을묻고 있고,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MBK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범국민 서명운동에 10만명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 

시장과 언론에서는 향후 홈플러스 사태 책임론을 두고도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뿐 아니라 MBK 다른 경영진까지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파열음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의 수사와 금융당국의 행정제재 예고 등 내외외환이 심각한 데다 박 대표처럼 현재 MBK의사업 방향과 거버넌스 문제점 등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땅에 떨어진 MBK의 이미지 탓에 다른 인사들의 연쇄 이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