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교육청, 고급호텔 연수 논란…“공공성 외면한 예산 낭비”

경상북도교육청 전경. 사진제공 ㅣ 경북교육청

도의회 지적에도 외부 행사 반복…‘봐주기 행정’ 비판 고조

경북교육청이 도내 보유한 연수원과 회의시설을 외면한 채 고급 호텔 등 외부 사설 시설에서 연수와 회의를 반복 개최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서 책무를 망각한 행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예산 낭비 지적도 거세다.

경북교육청은 포항, 경주, 김천 등 주요 도시에 연수원과 교육·회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교육행정 목적의 각종 행사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 실적은 저조한 반면, 경주와 안동의 특급 호텔 등 고급 시설을 활용한 외부 연수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연수에서는 숙박과 식사, 부대비용까지 포함해 1회 행사에 수천만 원이 집행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와 시민단체는 이러한 행태가 공공성보다 내부 편의와 형식적 의전에 치우친 결과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사와 학생을 위한 예산은 부족하다면서 내부 친목 도모성 고급 연수를 반복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본분을 망각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방치되고 있는 내부 시설의 활용도다. 도내 연수원들은 대형 강의실, 숙박시설,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음에도 실제 연수나 회의에 활용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유지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관리비까지 감안하면 단순한 외부 행사 비용을 넘어서는 행정 비효율로 평가된다.

경북도의회 차주식 의원은 2024년 경북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최근 3년간 500회 이상 교직원 연수가 호텔에서 진행됐고, 호텔 연수에 지출된 장소 대관료만 24억 원에 달한다. 이는 과도한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경북교육청이 최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 안동 그랜드호텔에서 진행된 ‘기초학력 보장 지원 시행계획 안내 정책 연수’ 하루 행사에 4천400여만 원이 집행된 사례도 있었고, 20~30명 규모의 소규모 연수조차 고급 호텔에서 진행된 경우도 있었다. 행사 장소와 주관 부서에 따라 예산 차이가 커 기준 없는 주먹구구식 예산 집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의회가 관련 예산을 한 차례 삭감했으나, 별다른 설명 없이 다시 복구된 사실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봐주기 행정’의 전형으로 규정하며 도의회의 감시 기능 부재를 질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도 경북교육청은 외부 시설을 이용한 행사를 거리낌 없이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예산 낭비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운영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는 △교육청 보유 시설 활용률 제고 △연수 장소 선정 시 공공성·자체 시설 우선 원칙 명문화 △외부 연수에 대한 사전 타당성 검토 및 사후 효과 평가 △연수 예산 및 장소 정보 공개와 시민 의견 수렴 절차 마련 등이 제시되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이제라도 공공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행정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외형보다 실질적 교육 효과를, 형식보다 내실을 우선하는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개선을 넘어 도민 신뢰 회복을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안동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