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박세웅(왼쪽)-박세진 형제가 한 팀에서 뛰게 됐다. 박세진은 “형과 만들어낼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구시카와구장에서 연습경기를 앞두고 만난 형제. 사진제공|KT 위즈

롯데 박세웅(왼쪽)-박세진 형제가 한 팀에서 뛰게 됐다. 박세진은 “형과 만들어낼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구시카와구장에서 연습경기를 앞두고 만난 형제. 사진제공|KT 위즈



“막막하고 복잡하지만, 형이 있으니까 좀 낫죠.”

박세진(28)은 2일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다. 롯데는 좌타 외야수인 이정훈을 KT 위즈로 보내고 좌완 불펜인 박세진을 품었다. 롯데로선 핵심 불펜으로 활약 중인 정현수 등의 향후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공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박세진이 확실한 1군 전력으로 자리 잡는다면 롯데로선 향후 수년간의 전력 구상을 한결 편안히 고민할 수 있다.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지자, KT에 입단한 2016년부터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이 박세진을 스쳐지나갔다. 발표 직후 스포츠동아와 연락이 닿은 그는 “KT 선수로 산 10년간 많은 분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함께 지내온 사람들이 계속 눈에 밟힌다. 홍성용 퓨처스(2군) 투수코치님도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KT 입단 2년차 시절의 박세진(왼쪽)과 롯데 박세웅이 2017년 가을 수원KT위즈파크에서 함께 사진 촬영에 나섰다. 사진제공|KT 위즈

KT 입단 2년차 시절의 박세진(왼쪽)과 롯데 박세웅이 2017년 가을 수원KT위즈파크에서 함께 사진 촬영에 나섰다. 사진제공|KT 위즈

박세진은 미완의 대기였다. 경북고 시절 전국구 에이스였던 그는 프로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박세진 스스로도 알을 깨뜨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기회에 눈앞에 오면 부상과 같은 변수가 생겼다. 어느덧 10년차가 된 박세진에게는 환경의 변화를 비롯한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다.

환경의 변화 측면에선 롯데가 적합한 팀이다. 형 박세웅(30)이 뛰고 있다. 박세웅은 박세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온 조력자였다. 박세진은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형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더니 ‘일단 나와 함께 지내면 되니 집 걱정은 말고, 부산으로 와서 밥부터 먹자’고 하더라. 아직은 막막하고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지만, 형이 그렇게 말해주니 부담이 많이 사라지더라”고 말했다.

경북고 시절의 롯데 박세웅(왼쪽)과 박세진. 형제가 한 팀에서 뛰는 것은 이때 이후 처음이다. 스포츠동아DB

경북고 시절의 롯데 박세웅(왼쪽)과 박세진. 형제가 한 팀에서 뛰는 것은 이때 이후 처음이다. 스포츠동아DB

박세진은 1군의 확실한 좌완 불펜으로 자리매김해 팀의 에이스인 박세웅과 시너지를 이룰 날을 고대한다. 형제는 비시즌이면 미국의 훈련 프로그램을 함께 수강하거나 모교에서 훈련 파트너를 이룰 정도로 발전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박세진은 이제 팀 메이트로서 시너지를 한층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형이 선발, 내가 불펜으로 한 경기에 나가고, 훗날 스프링캠프에서도 함께 훈련할 날을 그리며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더 상세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사이가 돼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