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키움 루키 정현우는 어깨 염증으로 약 2개월간 공백기를 가졌다. 그에게 이 기간은 한층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었다. 스포츠동아 DB

올 시즌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키움 루키 정현우는 어깨 염증으로 약 2개월간 공백기를 가졌다. 그에게 이 기간은 한층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었다. 스포츠동아 DB


키움 히어로즈 좌완투수 정현우(19)는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특급 유망주다. 덕수고 시절부터 시속 150㎞대 직구와 포크볼, 커브, 슬라이더의 구사 능력을 앞세워 고교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키움은 그를 일찌감치 팀의 4선발로 낙점하며 힘을 실어줬다.

개막 이후 3경기에서 모두 5이닝을 소화하며 2승무패, 평균자책점(ERA) 4.80을 기록했다. 데뷔전이었던 3월 2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무려 122구를 던져 화제가 됐다. 이후 2경기에선 연속 5이닝 2실점의 안정적 투구로 전체 1순위 신인다운 잠재력을 보여줬다. 투구수도 4월 6일 고척 NC전에서 101구, 4월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84구로 감소했다.

점차 기대를 키웠지만,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왼쪽 어깨에 염증이 발견돼 4월 1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후 재활을 거쳐 퓨처스(2군)리그 2경기에 등판해 실전감각을 끌어올렸고, 복귀전이었던 8일 고척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2안타 무4사구 5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데뷔 첫 패전을 기록했지만, 성공적 복귀임은 틀림없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정현우는 다음 로테이션도 예정대로 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갑작스러운 부상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프로 무대에 적응하며 한층 성숙해진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정현우는 “다행히 부상 부위에 큰 이상이 있는 건 아니었다. 두려움보다 빨리 1군에서 던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처음부터 신인왕은 생각하지 않았다. 팀이 계속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이 되는 게 중요하다. 그래도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프로의 높은 벽은 정현우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부족한 점들을 확실히 보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그는 “내가 상대하기에 좋은 타자들이 많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내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완벽한 투구를 해야 이길 수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지금보다 더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제구력이 최우선이다. 구속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변화구 컨트롤과 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언급했다.

웨이버 공시된 외국인타자 야시엘 푸이그의 대체자로 키움에 합류한 라울 알칸타라(33)의 존재는 정현우에게 또 다른 자극제다. 그는 ”알칸타라가 실제로 던지는 걸 처음 봤는데 스트라이크 비율이 좋고, 군더더기가 없는 투구를 하더라. 그런 부분을 닮고 싶다“고 얘기했다.

“휴식일의 루틴도 확실히 잡혔다. 조금씩 바뀌기도 하지만, 큰 틀은 잡혔다”고 강조한 정현우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아프지 않고 로테이션을 돌고 싶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팀이 한 경기라도 더 이길 수 있도록 잘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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