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는 6월 20일 자로 도내 문화유산 중 △영천 청제비가 국보로, △자치통감 권81~85와 △청도 운문사 소장 목판 4건이 보물로 각각 지정·고시됐다고 밝혔다. 이번 지정은 문화재청의 고시를 통해 확정됐으며, 경북의 귀중한 문화자산들이 국가 차원의 보호와 관리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에 국보로 승격된 영천 청제비는 1969년 보물로 지정된 이후 무려 56년 만의 국보 지정이다. 신라 시대에 축조된 이후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농업용 저수지인 영천 청제(경상북도 기념물 제1호) 인근에 세워진 이 비석은, 받침돌이나 덮개돌 없이 자연석에 직접 글자를 새긴 독특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청제비는 단순한 비석을 넘어, 신라 시대 수리시설의 축조와 그에 따른 농업 문화, 당시의 사회 구조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문자의 내용은 물론 조형적 특성과 역사적 배경까지 고려할 때, 고대 수리 문화와 정치·행정 체계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국보 지정의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자치통감 권81~85는 조선 세종대에 간행된 금속활자본으로, 자치통감 전체 294권 가운데 일부인 5권 1책에 해당한다. 이 책은 1434년 세종 16년에 편찬이 시작되어 1436년 완성됐으며, 조선시대 활자 제작을 담당한 주자소에서 초주갑인자(金屬活字)로 인쇄한 희귀본이다.

현존 수량이 매우 적은 자치통감 권81~85는 학술적으로도 그 가치가 높아 고서 및 고문헌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손꼽힌다. 현재 이 책은 경산시 소재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함께 보물로 지정된 청도 운문사 소장 목판 4건은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치문경훈 목판 등으로, 사찰 소장 목판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완질본으로 평가된다.

이들 목판은 조선 시대 불교 경전 인쇄와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당시의 인쇄술과 종교문화, 사상 흐름을 이해하는 데 핵심 자료로 꼽힌다. 특히 목판으로 인출한 책도 함께 전해지는 점에서 원천 자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완전한 상태로 보존된 사례가 드물어 그 희소성과 보존가치 또한 크다.

김병곤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이번 국가유산 지정은 우리 지역 문화유산의 우수성과 역사적 가치를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며 “도민과 국민 모두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와 전시 활동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상북도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굴과 보존 노력을 통해 도내 숨은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고, 국가 차원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안동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