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실린 아프리카 관련 서술이 여전히 편향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교육부와 국회에 시정과 개선을 공식 요청했다. 

반크는 현행 교과서가 미래 세대에게 왜곡된 세계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아프리카 바로 알기 교과서 시정 캠페인’을 초등학교에 이어 중학교로 확대해 전개하고 있다.

반크는 그동안 독도, 동해, 한국사 왜곡 바로잡기 등 외교·역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민간단체로, 이번 캠페인을 통해 영토·역사 중심에서 나아가 세계 시민 교육의 가치 실현과 글로벌 인식의 균형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반크는 식민주의의 상흔과 왜곡된 이미지로 고통받아 온 아프리카를 ‘타자’가 아닌 협력의 동반자로 바라보며, 역사적 연대와 공동의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크가 천재교육, 미래엔, 동아출판, 비상교육, 아침나라 등 주요 5개 출판사의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중학교 사회① 교과서에는 ‘아프리카 악기’, ‘아프리카 가면’ 등 지역과 문화가 서로 다른 요소들을 하나의 틀로 묶어 소개하는 방식이 여전히 존재했다. 이러한 서술은 아프리카 대륙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희석하며, 학생들로 하여금 아프리카를 ‘하나의 나라’처럼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또, 4단원 ‘아프리카’ 속, ‘4-3.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 단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가 아프리카에만 국한된 과제처럼 다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아프리카는 도움을 받는 수동적 존재로, 다른 국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로만 묘사되는 구조에서 아프리카의 주체성은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를 다루는 단원이 대단원으로 구성되면서 문화적 다양성과 현대성 등 아프리카의 다채로운 면모를 반영하려는 시도가 엿보이지만, 여전히 단일한 이미지로 축소하거나 수동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반크의 박기태 단장은 “아프리카는 하나의 대륙으로서 일정 부분 문화적 공통성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민족과 지역에 따른 다양성과 고유성 역시 공존하는 복합적인 공간”이라며, “아시아 국가들을 하나로 묶어 설명하지 않는 것처럼, 교과서가 이러한 복합성을 제대로 반영해 인식 전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행 교과서 서술이 무의식적으로 식민주의적 관점을 답습하고 있어, 서구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균형 잡힌 세계 인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박기태 단장은 “한국 정부는 2025년부터 매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공적개발원조(ODA)로 아프리카에 지원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지원 규모를 약 100억달러(약 13조6880억 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프리카를 돕는 데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한국 초중고 교과서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잡는 일 또한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전 세계 2억명의 한류 팬을 보유한 문화 강국 한국. 이런 한국이 아프리카 편견을 퍼트리는 것이 아니라 막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아프리카를 동정과 문제의 대상이 아닌, 무한한 잠재력과 역동성을 가진 파트너이자 지구촌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동반자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프리카와 세계에 전해야 한다. 진정한 친구 관계는 일방적인 원조가 아닌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교과서 아프리카 인식 조사를 담당한 반크 청년연구원 박지은은 “4-3의 단원명만 봐도 ‘지속 가능한 발전’이 마치 아프리카만의 과제처럼 느껴진다”며, “세계 시민 교육을 강조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성과도 맞지 않고, 만약 지속가능한 발전이 핵심 키워드였다면, 전 세계 국가들의 실천 사례를 동등하게 다루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크는 교과서에 ▲아프리카 문화 지역별·민족별 자세한 설명 ▲아프리카를 변화의 주체로 서술 ▲‘지속가능한 발전’ 중심 단원명을 ‘아프리카의 미래와 협력’과 같은 방향으로의 수정 등을 교육부에 공식 제안했다.

이번 중학교 교과서 시정 캠페인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어지는 연장선이다. 앞서 반크는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 등장하는 아프리카 서술이 ‘빈곤’, ‘기아’, ‘내전’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집중되어 있고, 문화적 다양성과 자립적 발전 사례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시정 활동을 펼쳐왔다.

반크는 향후 고등학교 세계사 및 사회 교과서에 담긴 아프리카 관련 서술까지 범위를 확대해, 국내 교육 전반에서 아프리카를 입체적이고 존중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장기적인 개선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반크는 초중고교 교과서에 아프리카 왜곡 서술을 시정하기 위해 7월 2일, 3일 국회에 방문해 국회의원과 국회 보좌관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한편, 반크는 한국의 우수한 정책을 한류의 일환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정책 제안 및 소통 플랫폼인 ‘울림’과 ‘열림’을 운영하며, 이를 통해 한국의 정책을 세계와 공유하고 글로벌 인식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반크는 전 세계 2억 명에 달하는 한류 팬들의 관심이 단순한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의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 전반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흐름이 한국의 정책과 지구촌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K-정책 한류’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K-정책 한류’는 단순한 정책 홍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와 세계 시민 감수성을 기반으로 실질적 파급력을 가져야 함을 강조한다. 이를 위한 교육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프리카를 진정한 파트너로 이해하고, 전략적 협력의 맥락과 가치를 학교 교육에서부터 반영할 때, 한국의 정책은 전 세계와 함께 성장하는 ‘공존의 한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반크는 ‘K-정책 한류’를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을 아시아의 중심이자 동북아의 관문, 그리고 전 세계인과 꿈과 우정을 나누는 나라로 변화시켜, 한국이 글로벌 변화의 중심에 서는 국가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번 캠페인과 관련해서도 국가정책 제안 플랫폼 ‘울림’을 통해 교육부에 아프리카 관련 교과서 서술 시정을 촉구하는 정책 제안을 진행 중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