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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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드리운 죽음의 문턱에 선 두 친구의 처절한 ‘연대’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가 안방극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는 공동주연을 맡은 전소니·이유미가 있다. 7일 공개된 ‘당신이 죽였다’는 각각 아버지와 남편이 가하는 가정 폭력이라는 굴레 속 ‘현재의 지옥’에 갇힌 두 여성이, 절박한 현실을 끊어내기 위해 살인을 공모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폭력에 맞서는 두 여성의 숙명적인 성장서사를 깊이 있게 담아낸 전소니와 이유미는 “온 마음을 다해 임한 작품”으로, 작품에 담아낸 진심이 글로벌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해지길 간절히 바랐다.

O“가정 폭력 생존자들, 아픈 기억 상기시킬까봐 걱정”

극 중 남편의 지속적인 폭행으로 고통받는 희수 역을 맡은 이유미는 겉모습을 더 왜소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돌이켰다. 본래 마른 체형임에도 5kg나 감량했다.

“평소 체중은 42kg인데, 촬영하는 동안에는 37kg 정도를 유지했어요. 희수의 외형에서도 그의 아픔이 묻어나길 바랐거든요. 사실 제가 원래 촬영에 들어가면 밥을 잘 못 먹는 성격이라 촬영에 들어가서 저절로 살이 더 빠진 것도 있어요. 이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태어난 체질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희수의 외형부터 내면까지 모두 체화해 연기하려 노력했지만, 이유미는 희수가 마치 ‘모든 가정폭력 생존자를 대변하는 캐릭터’처럼 비춰지진 않길 바랐다고 했다. 

“실제로 이런 폭력을 경험한 많은 분들이 계시고 그 고통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감히 그들을 전부 대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이 드라마를 통해 그들에게 안 좋은 기억을 상기시키거나 상처를 드릴까 걱정도 됐죠. 그래서 그저 희수 그 자체에 집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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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폭력 남편 연기 장승조, 실제로는 너무 착해”

그렇게 연기한 그에게 위로가 됐던 건 대중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다. 이유미는 9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당신이 죽였다’ 1·2화를 상영하고 진행한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용기 있게 자신의 가정폭력 피해 경험을 나눈 한 관객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처음엔 우리 드라마를 큰 스크린에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기뻤죠. 그런데 GV에서 한 관객의 고백과 응원이 제 마음에 필터 없이 그대로 와닿아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그분께 희수의 밝은 미래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당시엔 1·2부만 보여드릴 수 밖에 없어 죄송한 마음도 있었죠. 우리 작품을 봐주시고, 또 용기를 내 경험을 기꺼이 나눠주셔서 감사했어요.”

드라마 공개 후 희수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남편 진표를 향해 글로벌 시청자들의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이유미는 극 중 진표와 달리 진표를 연기한 장승조는 “너무나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저를 함부로 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장승조) 선배님이 너무 미안해하셨어요. 이런 폭력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것 자체를 너무 힘들어하셨죠. 제작진이 연기자들을 배려해 현장에 심리상담사를 배치해 주기도 했는데, 저보다 오히려 승조 선배님이 더 많이 상담을 받았을 정도였죠. 때리는 장면을 찍을 때는 오히려 그가 너무 안절부절해서, 제가 먼저 선배님의 긴장을 풀어드리려 노력했어요. 진표는 언제나 미웠지만, 승조 선배님은 늘 안쓰러웠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