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치우는 사람 무슨 죄? 김선호 최악 대처=비판 대상 [홍세영의 어쩌다]

입력 2021-10-21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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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친 사람 따로, 수습하는 사람 따로다. 김선호는 사과하고 사라지면 끝이지만, 그 흔적을 지우는 것은 관계자들 몫이다.

앞서 누리꾼 A 씨는 17일 국내 포털사이트 산하 커뮤니티 게시판에 배우 K에 대한 글을 올렸다. 배우 K와 교제했던 사이라고 주장하는 A 씨는 배우 K로부터 낙태를 강요를 받았다고.

A 씨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2020년) 초부터 올해 중반(여름)까지 교제했다. A 씨는 건강 때문에 피임을 중단했을 때 배우 K 요구로 피임 없이 관계를 맺었고, 지난해 7월 임신 사실을 배우 K에게 알렸다고 주장했다. 배우 K는 억대 광고 손해배상금 등을 이유로 낙태를 회유하고 결혼 등을 약속했다고. 문제는 낙태 이후다. 태아가 사라지자, 배우 K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 배우 K는 작품 핑계로 감정 기복을 보여주더니 지난 5월 말 갑자기 이별을 통보했다.

A 씨는 “TV에서는 너무 다르게 나오는 그 이미지에 정상적인 일상이 불가능하다. 어쩌면 여자로서 개인적인 내 이야기도 낱낱이 밝혀야 하는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 글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고 폭로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이별 후유증뿐만 아니라 혼인을 빙자해 소중한 아기를 지우게 하고 작품 할 때 예민하다는 이유로, 스타가 됐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했던 그의 인간 이하 행동으로 정신적, 신체적인 트라우마가 심한 상태다. 이렇게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앞으로의 내 인생에 있어 평생 그가 내게 준 아픔의 그늘 속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았다”고 썼다.

이런 A 씨 주장에 온라인에서는 증거를 요구했다. A 씨가 주장에는 이미 배우 K를 특정할 만한 내용이 모두 담겼기 때문. A 씨는 증거 요청에 “사진이 정말 많아 그건 어렵지 않다. 바로 올리지 않은 이유는 법적인 이유 때문”이라며 “사진까지 올릴지 고민 중이나 신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1년 넘게 죄책감과 고통 속에 시달렸다. 쉽게 결정했거나 욱해서 쓴 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A 씨 폭로에 각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배우 K에 관한 글이 도배됐다. 배우 K가 누구인지 예상한 누리꾼 간 신경전이 펼쳐졌다. 배우 K를 실명을 언급한 유튜버도 등장했다. 연예부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 씨다. 이진호 씨는 18일 오후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을 배우 K가 김선호이며 그를 둘러싼 소문은 이미 업계에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이진호 씨 라이브 방송 영상을 인용한 실명 언급 보도가 이어졌다.

그리고 김선호와 소속사 솔트엔터테인먼트는 폭로 글이 올라온지 나흘 만에 입을 열었다. 먼저 솔트엔터테인먼트는 공식입장문을 통해 “김선호 개인사로 인해 많은 분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이번 일로 인해 실망과 피해를 드린 많은 분에게 사과한다.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김선호는 역시 “입장이 늦어지게 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 얼마 전 내 이름이 거론된 기사가 나가고 처음으로 겪는 두려움에 이제야 글을 남기게 됐다. 나는 그분(폭로자)과 좋은 감정으로 만났다. 그 과정에서 내 불찰과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그 분에게 상처 줬다. 그분과 직접 만나서 사과를 먼저 하고 싶었으나, 지금은 제대로 된 사과를 전하지 못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선호는 “우선 이 글을 통해서라도 그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나를 끝까지 믿고 응원해 주는 모든 분에게 실망감을 줘 죄송하다. 항상 응원해 주는 분들이 있었기에 김선호라는 배우로 설 수 있었는데 그 점을 잊고 있었다. 부족한 나로 인해 작품에 함께 한 많은 분과 모든 관계자에게 폐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선호는 “상처받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두서없는 글이 많은 분의 마음에 온전히 닿지 않을 걸 알지만, 이렇게나마 진심을 전한다.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김선호와 솔트엔터테인먼트가 사실상 사생활 의혹을 인정했다. 이런 김선호를 폭로자는 용서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를 끝나지 않았다. 김선호 작품 거취가 후폭풍이다.

먼저 김선호가 매주 고정 출연 중인 KBS 2TV ‘1박 2일 시즌4’(약칭 1박 2일)에서는 향후 방송에서 ‘김선호 흔적’을 최대한 지운다. ‘1박 2일’ 제작진은 “최근 논란이 된 김선호에 대한 하차를 결정했다. 이미 촬영된 방송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편집해 시청자들 불편함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 좋은 방송 만드는 ‘1박 2일’ 팀이 되겠다”고 전했다. 즉, ‘1박 2일’ 제작진은 자신들이 키운 김선호를 앞으로 방송분에서 최대한 편집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당분간 5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후임을 물색하거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김선호를 캐스팅한 작품들도 비상이다. 연말 또는 내년 초 촬영을 앞둔 영화 ‘도그 데이즈’와 내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인 영화 ‘2시의 데이트’가 김선호 하차(출연 불발)를 결정하고 새 배우 물색에 나섰다. 다만, 내달 촬영 예정인 영화 ‘슬픈 열대’ 측은 눈치 게임을 시작했다. 김선호를 끌어 안고 갈 것인지 아니면 급히 대체 배우를 물색할 것인지 고민이다. 김선호 하차를 결정한다면 대체 배우 물색까지 시간이 빠듯하다. 제작 일정이 연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슬픈 열대’ 측 고민은 깊어진다.

피해는 여러 광고도 마찬가지다. 대세 배우로 거듭난 김선호를 높은 모델료를 지불하고 여러 광고를 제작했지만,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됐다. 손해배상과 관련해 소송 등을 진행한다고 한든 들인 비용을 빠르게 회수하기란 쉽지 않다. 김선호를 모델로 기용하자고 했던 이들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고통받는다.

일각에서는 연애하고 헤어지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옹호한다. 맞다. 연애하고 헤어질 수 있다. 다만, 그 연애가 제 3자에게 경제적, 정신적 피해로 돌아온다면 이는 비판받을 수 있다.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잠수와 회피로 일관한 김선호에게 비판도 비난도 못할 이유는 없다. 김선호 팬들 입장에서 안타깝고, 김선호를 아꼈던 이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지만, 자신을 믿고 자신을 써준 이들에 대한 태도와 자세는 ‘최악’이다.

이런 김선호 행동을 옹호하느라 여념이 없다면, 이는 김선호에게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또 다른 가해 행위다. 아무리 경황이 없어도 자신 일도 아니고 어떤 입장도 표명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이들만 할까. 배려가 부족한데 그 부족한 배려심에 대한 질타도 못하나. 타인 안위는 저버린 김선호, 그리고 이 상황을 더욱 파국으로 치닫게 한 솔트엔터테인먼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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