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주지훈. ‘궁’의 고독한 황태자, 드라마 ‘마왕’의 차가운 변호사. 그리고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이하 ‘앤티크’) 재벌 2세.‘ 황태자부터 재벌2세까지 ’화려한’ 필모그래프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스물여섯 청년이 만들어가는 필모그래프는 외형만이 아니라 속도 알차다.
연기경험이 거의 없던 신인을 주연으로 발탁한 ‘궁’. 주지훈에게 기대와 함께 더 큰 걱정과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 그리고 ‘궁’과 정반대로 먼저 찾아가 조연을 부탁했던 ‘마왕’ 역시 좋은 결과가 남았다.
영화 데뷔작 ‘앤티크’(13일 개봉. 감독 민규동·제작 수 필름). 주지훈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푹 빠졌다. 어렸을 때 유괴를 당했던 재벌2세 진혁. 유괴범에 대해 기억이 남은 건 달콤한 케이크. 그래서 케이크를 끔찍이 싫어하지만 엉뚱하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케이크 가게를 연다.
주지훈은 또다시 귀족적인 캐릭터라고 걱정될 수 있는 ‘재벌2세’란 설정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젊은 나이에 케이크 가게를 열 수 있는 재력을 갖춘 것 외에는 재벌 2세의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아요. ‘궁’의 신이는 어디에 있던 항상 황태자의 모습으로 등장해야 하지만 진혁은 가게에 있을 때는 케이크 파는 사람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에요.”
‘앤티크’의 젊은 사장은 아르바이트생이 없어 계산부터 서빙, 청소까지 열심이다. 연기라지만 경험이 묻어나오는 동작이다.
“실제로 유명한 케이크 가게에서 일을 했어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이었는데 지하는 와인을 팔고 1층은 케이크를 파는 집이었어요. 열심히 했죠.”
주지훈도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키도 크고 잘생겼으니 영화처럼 여자 손님들에게 인기높았을 것 같다는 말을 건네자 깜짝 놀란다.
“전 정말 촌놈이에요. 왜 서울 촌놈이라는 말 있잖아요.”
모델로도 활동했으면서 촌놈?
“모델이 된 후에도 그랬지만 그 전에는 진짜 촌스러웠어요. 인기요? 화려한 케이크가게에 제 외모가 잘 어울리지 않아 고민했을 정도에요.”
그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 집에서 압구정동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다닌다. 그렇게 먼 거리를 자전거로?
“자전거가 편하죠. 운동도 되고(웃음) 매니저요? 일이 없을 때는 함께 다니지 않습니다. 평상시에도 계속 매니저 도움 받으면 저한테 돌아가지 못해요. 그럼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배우면서 사는 것도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반듯하다. ‘앤티크’의 원작안 일본 만화의 인형처럼 잘 생긴 주인공보다 주지훈의 진혁에게 훨씬 호감이 깊이 가는 이유가 느껴졌다.
주지훈은 '앤티크‘를 위해 춤도 배우고 이다도시에게 불어도 배웠다. 하지만 매일매일 촬영장에서 만난 수십 가지 케이크는 “있으면 맛보는 정도”라며 웃었다. 그리고 “모델 일을 오래 해서 연기할 때도 동작이 너무 큰 것 같다”등 자신이 생각하는 단점도 솔직히 털어놨다. 영화가 개봉되면 스타의 옷을 벗고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갈 ‘촌놈’은 그렇게 반듯했다.
이경호 기자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