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 이 용의자 말이야, 참 나쁜 엄마네. 아이를 학대하고 그냥 버리고. 어머니한테 모성이라는 건 당연히 존재하는 거 아닌가?
새라 : 그러게. 그런데 조사를 해 보니까 유전자에 좀 문제가 있다던데?
모성도 유전으로 물려 받는 건데 아마 선천적으로 모성에 관여하는 부분의 유전자에 문제가 있었나 봐.
닉 : 그래? 그럼 용의자의 어머니한테도 모성에 문제가 있는 거 아냐?
새라 : 그렇지는 않은데. 용의자 어머니는 전혀 그런 문제가 없어.
닉 : 거 참. 그럼 수정되는 과정에서 유전자가 손상된 걸까?
반장 : 새라, 용의자 아버지는 조사해 봤나?
새라 : 아버지요?
아뇨. 어머니 쪽만 조사해 봤는데.
반장 : 이런, 새라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군. 모성에 관계된 유전자에 문제가 있다면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 쪽을 조사했어야지.
닉: 아버지요? 모성에 관계된 유전자인데 왜…
반장 : 사람들은 흔히 모성에 관계된 유전자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네.
생물이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유전자 중에서 아버지 쪽으로부터 받는 걸 페그(peg)라고 하고 어머니에게서 물려받는 걸 메그(meg)라고 하는데 모성유전자는 페그 쪽에 있는 걸로 밝혀졌어.
새라 : 듣고 보니까 남자들이 치사하네요.
남자가 여자한테 모성을 강요하는 꼴이잖아요.
반장 : 일본의 동경의과대학에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해 보니까 특정한 페그를 제거한 쥐는 새끼를 돌보기 위한 집을 만들지 않는 걸로 나타났다네.
그리고 또다른 특정 페그를 제거해 보니까 멀리 떨어진 새끼를 찾는 시간이 페그가 그대로 있는 쥐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걸로 나타났다네.
닉: 그렇다면 아버지 쪽은 어떤지 조사해 봐야겠군요.
나가 보겠습니다… 어라? 이게 뭐야? 누가 우리 사무실 앞에 갓난아기를 버리고 간 거야?
반장 : 어머, 진짜 그러네. ‘죄송합니다. 잘 키워 주세요’란 쪽지도 있네.
에이 참, 바쁜데! 빨리 보호소로 넘기자고.
닉 : 새라, 어째 당신도 모성이란 게 도통 없는 것 같아. 혹시 아버지 쪽에…
새라 : 야, 왜 남의 부모를 들먹여.
그럼 닉 너는 1분을 못 넘기는 그 대단한 정력은 누구한테서 물려받은 거냐!
혹시 아버지도…
닉 : 이 인간이 감히 우리 아버지를!
반장: 에휴… 저렇게 만나면 으르렁대는 성질은 개하고 고양이한테서 물려받은 걸까?
수사결과
용의자의 아버지 쪽에 존재하는 모성유전자에 문제가 있어서 용의자에게 모성 본능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