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원칙잃은비씨카드배,시작부터‘삐끗’

입력 2009-03-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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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세계 최고, 최대의 국제기전을 표방하며 제1회 비씨카드배 월드챔피언십이 본선개막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중국 랭킹1위 구리를 제외한, 본선에 출전할 63명의 선수들이 함께 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대회의 본격 출범을 지켜보았다. 비씨카드배는 여러모로 주목받는 기전이다. 상금규모 7억원, 우승상금은 현존하는 국제대회 중 최다액인 3억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비씨카드배가 돋보이는 것은 사상 최초로 기전에 ‘컷오프제’를 도입했다는 점, 아마추어에게도 문호를 연 ‘오픈성’이다. 그 덕에 1차 온라인예선에는 무려 3400여 명이 참가지원을 해 그야말로 폭발적인 열기를 느끼게 했다. 하지만 화려한 성황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특히 한국기원(이사장 허동수)의 무원칙 오락가락 행정은 여전히 입안을 쓰게 만든다. 이번 대회는 ‘바둑을 둘 줄 아는’ 모든 이들에게 참가자격을 오픈했다. 이론상으로는 이제 갓 바둑돌을 잡은 18급 하수도 참가할 수 있다. 한국기원은 지금까지 여러 이유로 한국기원 소속 연구생들에게 일반 아마추어대회 참가를 엄격히 금지해 왔다. 이번 대회에는 ‘1군’이라 할 연구생 1조에게만 ‘파격적으로’ 참가자격을 주려 했다. 그러나 2군 연구생들과 부모들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한국기원은 슬그머니 2조에게도 참가를 허락했다. 입문자도 참가할 수 있는 기전에 2조 연구생만 참가를 금지하는 것은 역차별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기원의 이해 못할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1조 연구생에게 2차예선 시드를 준 대신 2조는 1차부터 두도록 했다. 2조 연구생들은 참가자격을 얻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로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기원은 아마대회 랭킹 64위 이상자에게 2차 시드를 주었다. 연구생들에게 출전조차 못 하게 하는 일반 아마추어대회 상위 입상자에게 혜택을 준 것이다. 2조 연구생들의 실력이 아마64강보다 못하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실제로 아마랭킹 상위자는 거의 모두가 연구생 출신들이다. 연구생을 하다가 버티지 못하거나, 나이가 차 강제 퇴원된 속칭 ‘이무기’들이다. 이들에게는 시드를 주고, 연구생에게는 1차부터 두라고 한 한국기원의 처사는 누가 봐도 불공정하기 짝이 없다. 아마예선을 통과해 통합예선에 오른 아마추어들에게 한국기원은 장학금이란 명목으로 100만원씩을 주었다. 이 역시 원칙이 없는 탁상행정이다. ‘본선 64강 이하로는 대국료 한 푼 없다’라는 사상 첫 ‘컷오프제’를 표방한 비씨카드배가 시작부터 무색하게 됐다. 이에 대해 한편에서는 “골프 등에서는 입상한 아마추어에게 차기 대회 시드권을 준다. 비씨카드배는 그런 혜택이 없기에 보전차원에서 장학금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골프에서는 아마추어 선수에게 상금을 주지 않는다. 비씨카드배는 아마추어가 입상할 경우 프로가 받을 상금의 절반을 준다.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인 것이다. 세계 최대, 최고의 대회는 상금규모만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원칙이란 기초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사상누각을 면할 수 없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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