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떠난이는아무말없고…무책임한추측만무성

입력 2009-03-10 0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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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사람은 말이 없다. 오직 남은 자들만 상상하고 이러쿵 저러쿵 말한다. 진실은 아직 멀리 있는 탓일까. 7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연기자 장자연으로부터 생전 심경을 담은 글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 지인이 그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한 내용은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고 쓴 두 문장. 짧은 글이지만 이를 통해 생전 그녀가 연기자의 꿈을 키우며 얼마나 큰 시련을 겪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지인들은 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단지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 우울증이나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연기자로 성공하고 싶어했던 꿈 많은 그녀를 압박해 죽음을 선택하도록 몰고 간 중대한 이유가 있다면,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과연 세상을 떠난 고인이 원하던 모습일까. 고인의 한 측근이라는 유 모 씨는 미니 홈피를 통해 “공공의 적”을 운운하기도 했다. 장자연의 죽음을 몰고 온 원인 가운데 그 “공공의 적”의 존재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가 미니 홈피에 올린 글들을 종합해 보면 장자연은 생전에 상당한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그 고통은 얼핏 부당한 현실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게 된다. 만일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더욱 이런 식으로 글의 내용 일부를 공개해 마치 미스터리 게임이라도 하듯 무책임한 선정성 기사가 난무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장자연의 글이 일부 보도처럼 신인 혹은 무명 연예인들-어쩌면 대다수 연예인이 그럴지도 모르지만-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면 그런 현실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 경찰이 문제의 글을 검토하고 그 내용에 따라 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니 차분히 지켜봐야 할 일이다. 현재 유족은 처음과 변함없이 “글을 공개할 뜻이 없다”는 입장. 장자연은 이제 부모님의 곁에 잠들어 있고, 남은 가족 역시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당사자와 상관없는 사람들만이 각종 말을 쏟아내고 있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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