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에세이]충무로‘파워맨’강우석의힘

입력 2009-07-0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강우석 감독. [스포츠동아DB]

영화 ‘투캅스’, ‘실미도’, ‘공공의 적’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강우석 감독(사진)은 폭탄주를 즐겨 마십니다. 그것도 소주와 맥주를 일정한 비율로 배합하는 이른바 ‘소맥’을 즐깁니다.

하지만 그와 밤 12시가 넘도록 술을 마셔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강 감독은 빠른 속도로 술을 마시며 또 그 속도만큼 잔을 권합니다. 함께 술자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2-3시간 안에 취하기 마련, 그는 곧 자리를 떠납니다. 다음 날을 준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술자리를 갖는 것은 피하기 때문입니다. 강 감독이 오랜 세월 각종 설문조사에서 한국 영화계의 ‘파워맨’ 으로 꼽힌 것도 그런 생활방식 덕분인지 모르지요.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하는 영화산업 정보지 ‘Cino’는 2003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77개월간 감독별 누적 관객수를 분석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연출자가 바로 강우석 감독입니다. 그는 ‘실미도’와 ‘공공의 적’ 등으로 2317만3334명의 관객을 불러모았습니다. 그 뒤를 이어 ‘왕의 남자’의 이준익(1992만3979명), ‘괴물’의 봉준호(1951만8415명),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1174만6135명) 등이 순위에 올랐습니다.

강우석 감독은 편당 평균 관객수에서도 5위에 올랐습니다.(편당 평균 관객 1위는 강제규 감독이고 심형래, 강형철, 박광현 감독 등이 뒤를 따랐습니다.) ‘Cino’는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6년 5개월간 4편을 연출했고 망한 영화가 한 편도 없다. 그 중 한 편은 1000만 명을 넘겼으니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전대미문의 흥행 감독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강 감독은 “20위 안의 연출자 중 유일하게 1980년대(1989년 ‘달콤한 신부들’)에 데뷔한 감독”입니다. ‘Cino’는 이런 감독은 “앞으로도 쉽게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며 “최근 힘을 잃었다는 세간의 ‘느낌’을 확실히 뒤엎는 수치”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연말 강 감독은 절친한 영화 제작자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파워맨’으로 불리며 상당한 영향력을 보여주던 기세가 조금 꺾인 것 아니냐는 ‘세간의 느낌’에 놓여있던 바로 그 때입니다. 하지만 당시 모인 제작자들의 면면은 ‘충무로 토착 자본의 대명사’로 서 그에 대한 영화 관계자들의 여전한 신뢰를 느끼게 합니다.

역시 이 자리에서도 그는 알싸한 폭탄주의 뒷맛을 삼키며 일찍 자리를 떠났을 겁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한 해를 준비했겠지요.

그 준비의 결과로 강우석 감독은 곧 새로운 영화 ‘이끼’를 연출할 예정입니다. 그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