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첫공개나라식품와인셀러…산비탈7m아래묻힌‘와인보금자리’

입력 2009-07-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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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식품 와인 셀러 외관(왼쪽)과 내부. 창고를 연상시키는 실내에는 보르도 5대 샤토 등 쟁쟁한 와인이 채우고 있다.

최적온도·습도갖춰
비밀리에 가려져 있던 와인수입사 나라식품의 새 와인 셀러를 볼 기회가 최근 생겼다. 이전까지 국내 와인 보관창고를 갖춘 곳은 와인나라(경기도 용인)와 길진인터내셔날(경기도 평택) 정도라 국내 취재진에게 최초 공개된 나라식품 와인 셀러는 상당한 호기심을 유발했다.

23개월여의 공사 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 경기도 광주에 문을 연 이 와인 셀러는 6628m² 대지에 단층 9m 건물 2개동을 올렸고, 이 안에 2470m² 규모의 저장고와 84m²의 테이스팅룸을 갖췄다. 최대 보관 능력은 110만병. 산비탈을 깍아 한쪽 면이 대지에서 7m 아래 묻히도록(단열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만든 와인 셀러의 내부로 들어갔다. 흡사 코스트코를 둘러보는 느낌이 든다. 와인을 숙성하는 오크통이 가득 찬 프랑스의 카브(지하 저장고)가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와인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라 어쩔 수 없는 법.

창고의 투박함 대신 이내 ‘오퍼스 원’ ‘샤토 무똥 로칠드’ 등 내로라하는 와인들이 박스채로 눈앞에 등장하니 마음이 즐거워진다.

그런데 옆에 있던 나라식품 조성춘 상무가 “파는 입장에서 이 곳에 와인이 많이 있는 것을 보는 일은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고 귀띔한다. 와인 애호가의 입장에서 와인 판매를 업으로 하는 사람의 입장을 일순 공감하게 된다. 실제 보관 창고란 역설적으로 보관하는 와인이 적으면 적을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좋으니까 말이다.

이 곳을 조성하는 데 6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 300억원 가량의 연 매출을 내는 기업에서 3개월치의 매출에 해당하는 비용을 들여 이 곳을 만든 이유가 궁금해졌다. 조 상무는 “국내 와인 시장을 선도하는 나라식품의 입장에서 인프라 스트럭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포도플라자(와인 교육과 판매를 한다)의 소프트웨어와 이 곳의 하드웨어를 결합해 와인 문화를 선도할거다”고 밝힌다. 조 상무는 이어 “국내서는 오늘 최초 공개지만 해외 와이너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이들은 최고라고 평가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시설적인 우수함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창고 임대비용을 계속 내는 것보다 자사의 와인만을 보관하는 이 곳 와인 셀러를 운영하는 비용이 적을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16∼18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건물 지붕에 잔디를 깔아 일정한 자연 습도를 유지하도록 설계한 나라식품 와인 셀러는 LOT 관리와 BIN 관리를 통해 모든 와인을 전산 관리하고, 재고를 모니터링하는 점이 특징.

고가 와인과 저가 와인의 구분 뿐 아니라 빨리 회전시키는 와인과 장기 보관 와인을 구분해 관리하고 있었다.

현재 와인 시장은 경기 침체와 맞물린 데다 대기업 신세계가 와인 시장에 진출해 저가 전략으로 공략하면서 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퀄리티 와인으로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나라식품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나을 지 자못 궁금해진다.

광주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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