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에취하는곳거문도]탁트인풍광…어느덧마음도푸르러

입력 2009-07-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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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강의 숱한 침략도 거문도의 빼어난 절경을 어쩌진 못했다. 나이가 100살도 더 먹은 국내 최초의 등대는 아름다움의 방점을 찍는다. 사진제공 | 여수엑스포조직위

선상에서 백도의 기암괴석을 바라보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

여수서뱃길로2시간…눈앞경치에감탄…서도엔국내최초등대가은은한매력발산
세 개의 섬이 바다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330여만m²에 달하는 이 안의 넓은 공간은 고요하기 그지없다. 천혜의 항구인 셈. 이 섬의 이름은 거문도다. 이 같은 혜택은 열강의 먹잇감으로 숱하게 시련을 겪는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빼어난 풍광은 강한 비바람도 잠재울 수 없다.

여수에서 배를 타고 남서쪽 방향으로 114.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거문도로 출발했다. 2시간 넘게 배를 타야만 볼 수 있기에 때로는 가는 과정이 괴로울 수도 있다. 이동 시간이 만만치 않아 파고가 높은 날에는 아침에 먹은 음식을 확인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선착장에 내려 두 발을 땅에 내딛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숨 한번 크게 들이키면 앞으로 펼쳐질 절경을 만끽할 준비는 완료된다.

작은 배로 갈아타고 국내 최초의 등대가 세워진 서도로 건너갔다.

해발 196m에 위치한 등대까지 올라가는 산책로의 발걸음은 가뿐하다. 울창한 동백나무 숲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20여분 걷다 보면 탁 트인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지는 공간이 나온다. 오! 이렇게 근사한 경치가 이 곳에 숨겨 있을 줄이야. 등대를 얼마 앞두고 맞이하는 이곳에선 연신 카메라 셔터 음이 울린다. 카메라를 누르는 손가락의 근육 운동은 저 멀리 자리 잡고 있는 등대가 시야에 들어오면 더욱 빨라진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등대는 은은한 느낌이지만 어떤 화려한 컬러보다 심장을 더욱 두근거리게 한다. 바다를 항해하다 점멸하는 등대의 불빛을 발견한 선원들의 심정도 이 같지 않았을까.

1905년 4월12일 준공된 등대는 100여 년간 항해 선박에 희망의 불빛을 안겨준 뒤 2006년 1월부터 새로운 등탑에 바통을 넘겨줬다. 연와, 석 및 콘크리트 혼합구조물로 만들어져 역사적 가치뿐 아니라 건축적으로도 의미 있어 국토해양부에서 등대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단다.

등대 옆 정자에서 바라보는 남해 풍광 또한 기가 막히다. 무더움이 활개 치는 계절이건만 너무 차갑지도, 덥지도 않은 시원한 바람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이 곳에 계속 앉아 있고 싶게 만든다.

거문도에 왔다면 내친 김에 동쪽으로 28km 떨어진(배를 40분 더 타야 함을 의미한다) 백도에 가보자. 상백도와 하백도로 이뤄진 백도에는 보존과 안전 문제로 현재 사람이 발을 내디딜 수 없다.

배를 타고 둘러보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도 만족스런 경험을 할 수 있다. 기암괴석과 깍아 지른 듯한 절벽, 곳곳에 등장하는 독특한 모양의 바위들은 눈을 붙잡아 맨다. 매, 서방과 각시, 석불, 수녀 등과 꼭 닮은 바위는 신기하기 그지없다.

이는 사람의 뇌가 만드는 연상 과정이 의미 없는 바위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배가 지나감에 따라 이 모양이라고 생각했던 바위는 더 이상 그 형태를 띠지 않는다. 그래도 그게 무슨 상관이랴. 찰나의 포착만이라도 행복함을 선사하니 말이다.

백도에는 천연 기념물인 흑비둘기를 비롯해 30여종의 조류, 눈향나무, 동백, 후박나무 등 아열대 식물 등이 있어 물 위에서 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붉은 산호, 꽃산호 등 170여종의 해양 생물이 다양하게 서식해 물 아래 경치도 그만 이란다.

왕복 시간을 포함해 선상 투어는 2시간에 걸쳐 이뤄진다. 검은 봉지를 손에 들고 토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래도 보고 싶은 가치가 있는 곳이다.

여객선 문의 청해진해운 061-663-2824.

여수|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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