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리버스토크]‘알몸뉴스’파문이남긴것

입력 2009-08-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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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보이지. 1953년에 미국 휴 해프너가 창간한 이 성인잡지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이야 위세가 많이 위축됐지만 40대 이상의 중년층 가운데는 이 잡지를 접했던 사춘기 시절의 ‘므흣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다.

플레이보이지를 말할 때 우리는 대개 풍만한 몸매의 여성 누드 사진을 연상한다. 물론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이와 함께 ‘음란’ ‘저속’ ‘퇴폐’라는 단어도 떠올린다. 그런데 플레이보이지는 적나라한 여성 누드로만 유명한 것은 아니다. 추리소설이나 SF 팬에게 이 잡지는 수준급의 작품을 게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에서 인기 높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에서 플레이보이지에 실린 미국 단편 소설과 인터뷰 기사에 대해 극찬하기도 했다. 실제로 플레이보이지 역대 인터뷰를 보면 마틴 루터 킹 목사에서 존 레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까지 있다.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것과 진지한 콘텐츠의 조합, 어찌보면 한없이 개방적이고, 다른 면으로는 정교하게 계산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엿보이는 이런 행보는 미국의 여타 성인지들이 비디오와 인터넷에 밀려 줄줄이 문을 닫는 와중에도 꿋꿋히 버티는 저력이 됐다.

떠들썩한 화제를 모았던 네이키드 뉴스가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중단해 최근 파문이 일었다. 사실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시선으로만 봐도 출발 때부터 네이키드 뉴스는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려웠다. 그들이 거창한 론칭발표회 때 내세운 것은 ‘인포테인먼트’. 이용자에게 참신한 정보와 함께 재미, 즐거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선, 뉴스 생산이나 가공 능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차별화된 정보로 주목을 받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이제 남은 것은 재미와 즐거움인데 여기도 승부를 걸만한 부분이 없었다. 한 두 번이야 호기심으로 토플리스 또는 비키니 수영복의 여자 앵커들을 본다지만, 그 후 이용자들을 사로잡을 소위 ‘킬러 콘텐츠’를 론칭발표회 때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벗으면 보지 않겠느냐’는 식의 전략 밖에 없는 이런 서비스가 실패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자, 그렇다면 이번 서비스 중단 파문은 네이키드뉴스코리아의 경영진만 책임을 지면 될까. 론칭할 때부터 서비스나 콘텐츠의 실체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여자 앵커의 벗은 몸에만 집착해 자극적인 기사와 영상을 생산한 매체들은 파문에서 자유로운 것일까. 그런 기사들이 3만여명라는 네이키드 뉴스의 유료 회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반성하는 모습도 없이 이제는 ‘서비스 중단’ 관련 기사를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것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엔터테인먼트부 부장]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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