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아들처럼장모모시는‘산삼같은사위’…여보고마워요!

입력 2009-08-2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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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친정 엄마께서 위암 수술을 받으시고 집에 와 계셨습니다. 하루는 택배가 와서 사인을 하고 상자를 받았습니다. 저는 주문한 물건이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상자를 열어봤는데, 상자 안에는 이끼가 깔려있고, 그 이끼를 살짝 걷어보니 그 가운데에 뿌리 하나가 놓여있는 게 아니겠어요.

엄마는 그걸 보자마자 “야야, 이기 뭐꼬? 혹시 산삼 아이가? 하이고, 김 서방이 장모 기운 없다고 약으로 먹으라고 샀나보다” 그러시면서 상자를 꼭 끌어안고 좋아하셨습니다. 저는 얼른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남편은 “벌써 도착했나? 어때, 괜찮아 보이드나?아는 형님이 지리산 골짜기에서 직접 캔 건데, 내가 어무이 드린다고 사정사정해서 싸게 구입한기다. 이번 주말에 갖다 드릴거니까, 그런 줄 알고 있그래이.”

저희는 시댁과 친정에 두 어머니만 계십니다.

시어머니도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허리와 무릎이 안 좋으십니다. 효자인 남편은 그런 어머니를 위해 산삼을 어렵게 구입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왕 하는 거 친정엄마 것도 같이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섭섭한 마음이 영 가시질 않았습니다.

엄마는 벌써 전화통을 붙잡고 사위가 당신을 위해 산삼을 사왔다면서 동네방네 소문내기 바쁘셨습니다. 엄마는 전화를 다 돌리셨는지, 이번에는 저를 붙잡고 산삼을 어떻게 먹을지 고민을 하셨습니다. “요만한걸 홀랑 먹어치우면 아까울텐데… 우야면 좋노? 아, 맞다! 이걸로 산삼주 담가가 애끼가면서 먹어야겠다”라고 하셨지요.

저는 저녁에 퇴근한 남편을 살짝 불러서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자기 생각이 짧았다며 미안해했습니다. 자기만 믿으라며 산삼을 갖고 나가더니 시장에 있는 건강원에 가서 정말로 산삼주를 만들어 왔습니다. 저는 걱정이 돼서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남편은 “장모님 껀 하는 수 없이 시장에서 도라지 실한거 한 뿌리 사다 넣어 드린기다.미안하다”이러는데 섭섭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일주일 후, 우리는 친정엄마를 모셔다 드리고, 시댁에 들러 산삼을 드리고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자기 그래도 너무 한거 아이가? 아픈 거로 치면 큰 수술하신 엄마가 더 아프신데. 어머니는 수술하고 그러신 건 아니잖아”하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남편은 “어이그, 바보야, 내가 꼭 일일이 말을 해야 아나? 의사 선생님이 항암치료 다 끝날 동안에는 한약재 먹지 말라고 했던 거 기억 안나나? 장모님께는 산삼 대신에 우리가 산삼노릇 해드리면 되잖아. 그니까 니가 이해 좀 해도”이러더군요.

그 후 남편은 정말로 친정에 자주 가서 아들처럼 집안도 손봐주고,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오빠가 바쁘면 대신 병원에 모시고 가면서 산삼보다 더 큰 힘이 돼줬습니다.

대구 동구│ 박미영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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