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바둑읽어주는남자]바둑의달인이창호오목실력은?허·당

입력 2009-09-0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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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스포츠동아DB

지난 1일에 꽤 재미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하이원리조트에 프로기사들이 대거 몰려갔다는 얘기입니다.

모처럼 의기투합해 강원랜드에 게임을 하러 간 것은 아니고 리조트를 방문한 바둑 애호가들을 위해 일종의 ‘서비스’를 하러 간 겁니다.

강동윤 9단, 김영삼 8단, 홍성지 7단을 이끌고 이창호 9단이 떴습니다. 바둑 팬들이 얼마나 반가워했을지는 상상해볼 필요도 없겠지요.

이날 하루 하이원리조트 방문객 중 바둑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야말로 ‘땡’잡은 겁니다. 프로기사들이 가면 으레 지도다면기를 하지요. 프로 한 명이 여러 사람과 동시에 대국하는 겁니다. 1-1로 두면 더 좋겠지만, 모인 분들 한 판씩 둬 드리려면 2박 3일로도 모자라겠지요.

릴레이바둑, 알까기 등 바둑으로 ‘놀 수 있는’ 모든 종목이 총출동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오목. 왜 오목이냐고요? 이유가 있지요. 아마추어에게 프로는 그야말로 신 같은 존재로 느껴집니다.

다른 종목들도 그렇겠지만 바둑은 유독 ‘바둑 센 놈이 왕’인 별종의 세상이지요. 아마추어들은 프로 앞에서 ‘내가 몇 점을 깔면 이길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상상의 치수를 가늠해 봅니다. 그런데 오목은 얘기가 다릅니다.

‘한 오목’ 둔다는 사람이라면 ‘바둑이라면 몰라도 오목은 해볼 만하지 않을까’하는 은근한 마음이 솟지요.

그렇다면 과연 프로는 오목도 잘 둘까요?

정답은 ‘대체로, 당연히 그렇다’입니다. 오목도 결국 바둑판 위에서 바둑돌을 가지고, 수읽기를 바탕으로 두는 게임이니까요. 실제로 제가 지켜본 결과 프로와 아마추어가 오목을 두면 대개 프로가 용돈을 벌더군요.

그런데 이날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창호 9단이 하이원리조트의 최영 사장과 공개적으로 오목을 한 판 뒀는데 그만 27수만에 졌다는 얘기지요.

이창호 9단이 오목을 지고 나서 멋쩍게 웃고 있는 사진을 걸어두었으니 마음껏 보고 즐기시길(?).

돌부처도 가끔은 이렇게 웃습니다. 정말 가끔입니다만. 프로기사와 팬들이 함께 웃고 즐긴 신나는 하루였습니다.

바둑의 진짜 재미는 이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언제 이창호 9단에게 오목 한 판 도전해야겠습니다.

레저생활부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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