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와인다이어리]몬테스와천사

입력 2009-09-24 18: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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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더글라스 머레이, 알프레도 비다우레, 아우렐리오 몬테스, 야심에 가득 찬 세 친구는 칠레에 와이너리를 세웠다.

프랑스 보르도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와인을 만들자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그게 바로 ‘몬테스(Montes)’ 와이너리다. 몬테스 와인의 상징은 천사다. 모든 몬테스 와인에는 천사가 그려져 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더글라스 머레이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머레이는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 사고와 암 등 질병으로 생명을 잃을 뻔한 고비를 숱하게 맞았다. 하지만 매번 무사히 넘겼고, 머레이는 그 이유를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천사에서 찾았다. 와인 사업을 시작했을 때 천사를 심벌로 세우자고 강력히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호천사가 그동안 자신에게 한 것처럼 몬테스 와인도 잘 지켜 주리라 믿었다.

머레이는 현재 식도암으로 투병 중이다. 하지만 자신의 수호천사를 믿고, 일에 몰두한다.
오는 11월에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천사는 히브리어로 ‘슈럽(Cherub)’이다. 몬테스에는 시라로 만든 로제 와인 ‘몬테스 슈럽(사진)’이 있다. 이 와인에는 흰색 기저귀를 한 핑크빛 아기 천사가 그려져 있다. 알프레도 비다우레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이다. 몬테스 슈럽은 루게릭 병에 걸려 2006년 세상을 떠난 비다우레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와인의 수익금 일부는 근육병 환자들을 돕는데 쓰인다. 현재 김명민이 루게릭병 환자로 등장하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와 공동 프로모션을 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천사와 함께 몬테스 와인을 만든 것은 음악이다. 몬테스 와이너리의 사장이자 와인메이커 아우렐리오 몬테스는 와인 저장고에 클래식 음악을 24시간 내내 틀고, 오크통 안에서 숙성되는 와인이 듣도록 했다.

그렇게 음악을 듣고 자란 와인은 ‘맛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몬테스는 2008년 영국 에딘버러의 해리엇와트 대학교와 공동으로 ‘음악이 와인에 주는 긍정적 효과’를 실험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클래식 음악을, 샤르도네는 경쾌한 음악을 들려줬을 때 더 맛있어 진다는 결과를 최초로 이끌어 냈다. 이는 영국 BBC 방송에 보도됐고, 큰 화제를 모았다.

몬테스가 한국 시장에 선보인지도 13년이 됐다.
그동안 300만병 이상이 팔렸다. 단일 브랜드로는 최고 실적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와인, 이야기를 알고 마시면 더욱 맛있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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