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하트넷“부산서이병헌과술한잔…”

입력 2009-10-09 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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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쉬 하트넷. 부산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나는비와…’의할리우드스타가본부산국제영화제개막식때수많은영화팬환상적…한국영화인과술한잔좋은추억
“당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한국어를 한다?”

“예스(Yes)!!”

할리우드 스타 조시 하트넷의 명쾌한 답변에 취재진이 활짝 웃었다. 자신의 동생이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했고 1년 6개월 전까지 7개월 동안 서울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는 말에 취재진은 호기심의 표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조시 하트넷은 “서울에 가보고 싶다”며 훗날의 만남을 기약했다.

톱스타 이병헌과 함께 다국적 프로젝트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 출연한 조시 하트넷은 이미 그렇게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었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을 위해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조시 하트넷을 만났다. 영화 속 조시 하트넷은 홍콩 대부호의 아들(기무라 타쿠야)이 실종된 뒤 그를 찾아나서는 전직 형사 역을 연기했다. 영화는 그 아들의 비밀에 싸인 이야기와 그를 쫓는 전직 형사와 홍콩 마피아 보스(이병헌)을 따라간다.

- 부산을 찾은 소감은.

“8일 개막식에 참석해 너무나 많은 영화 팬들이 모인 걸 보고 영화제의 규모에 놀랐다. 기쁘고 환상적이다.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장진 감독이 무대에 올라 카메라에 내 얼굴이 비치자 ‘조시 하트넷을 잡지 마라’는 농담을 해 재미있었다.”

- 한국 배우들은 많이 만났나.

“개막식이 끝나고 이병헌, 그의 친구들과 함께 술 한 잔 했다. 회를 먹었는데 뉴욕의 한국 식당에서 많이 접해봤다. 특히 내 가장 친한 친구의 애인이 한국 여성이어서 한국 음식에 낯익다. 갈비가 특히 좋았다.”

- ‘진주만’, ‘블랙 호크 다운’ 등 블록버스터나 로맨스 영화에서 ‘나는 비와 함께 간다’처럼 장르적 색깔이 진한 영화로 옮아가는 느낌이다.

“20대 때(그는 올해 31세이다)에 중요시한 건 존경하는 영화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었고 내 색깔을 갖고 싶었다. 이를 자양분 삼아 결국 내 영화를 만들고 싶다. 연출은 물론 제작과 각본까지. 현재 2편의 시나리오를 썼고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 당신에게 20대는 어땠나.

“(한참 깊은 생각을 한 뒤)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에 치중했다. 하지만 점점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것이 20대를 관통했다. 2002년작 ‘40데이즈 40나이트’의 예를 들면, 촬영 땐 섹스에 관심이 없었지만 나중에 뭔가 눈에 띄더라. 그렇듯 영화와 내 인생이 상호작용해왔다. 또 난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오른쪽으로 가라고 하면 왼쪽으로 가곤 했다. ‘진주만’ 등에서처럼 스위트한 이미지도 있었는데 그걸 바꾸기 위해 여러 감독과 작업하려 했다.”

- 영화에서 이병헌과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그가 출연한다고 해서 ‘달콤한 인생’을 봤다. 강렬한 에너지를 지녔다. 좋은 친구가 됐다. 그의 연기는 너무 훌륭하고 탁월하다. 깊이 있는 연기를 한다. 또 친절하고 신의가 깊다. 무엇보다 상업적 대중영화의 틀 속에서 대중에게 다가갈 줄 안다. 부럽다.”

- 이병헌은 할리우드 무대에도 진출했다. 할리우드 활동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조언할 필요가 없을 만큼 좋은 배우다. 또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배우 생활을 해왔다. 할리우드에서도 성공하리라 믿는다.”

- 촬영 내내 연기를 위해 술을 마시며 클럽을 찾았다고 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캐릭터였다. 실제로 잠도 잘 자지 않으며 캐릭터에 몰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커리어보다는 내 인생을 잘 사는 것에 치중하는 편이다. 배우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알고 싶어 하는 일이다. 유명세는 양날의 칼 같아서 대중의 환호도 받지만 그들이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주는 책임감도 갖게 된다. 루머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 이 작품을 선택한 배경은.

“트란 안 홍 감독(‘씨클로’, ‘그린 파파야 향기’)과 일해보고 싶었다.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 좋았다. 대체적으로 어두운 캐릭터인데 내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날 캐스팅한 것 같다.”

-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다소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며 때론 동양적인 정서도 묻어난다.

“난 무신론자다. 하지만 종교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영화를 하다보면 예술적 혹은 철학적 성취에 도달해가는 과정이 중요할 때도 있다. 또 미친 것과 미치지 않은 것의 희미한 경계를 그린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다.”

- 제목은 무슨 의미일까.

“나도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을 뿐이었다. 나도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그 의미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감독은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사람이다.”

- 당신은 많은 한국 여성팬을 갖고 있다. 특히 로맨틱하고 달콤한 남자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어떤 여성 스타일을 좋아하나.

“(통역사를 가리키며)이런 분!(웃음) 친한 친구의 여자친구가 한국 여성이어서 그 분의 가족과 친구를 많이 만났다. 내 친구가 행복해하는 것으로 봐서 한국 여성이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이상적인 스타일은 느낌으로 알 뿐이다.”

부산|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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