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프의장밋빛환생

입력 2009-10-15 15: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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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트피아프 포스터.

1915년 프랑스 파리의 빈민가 베이르 72번가 길 위에서 에디트 지오바나 가숑이라는 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유년시절을 창녀촌에서 보낸 그는 4년이란 세월을 시각장애인으로 살았고, 극적으로 회복한 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술집주인 루이스 르플레의 눈에 띈 그는 ‘작은 참새’라는 예명과 함께 가수로 데뷔하지만 르플레가 피살되자 살인혐의를 받고 은퇴하고 만다. 1935년, 그는 시인 레이몽 아소, 여류작곡가 마르그리트 모노 등의 격려로 다시 일어선다.

‘프랑스의 목소리’로 불린 에디트 피아프(작은 참새). 그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한 줌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던져버렸고, 그 대가로 피폐한 인생, 알코올·약물중독과 간암을 얻었다.

“핏빛을 장밋빛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 말하던 피아프는 1963년, 마지막 사랑이었던 23세의 젊은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장밋빛 인생’을 접었다. 그의 나이 48세였다.

연극 ‘피아프(Piaf)’는 제목 그대로 20세기 최고의 샹송가수로 추앙받는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1978년 영국의 극작가 팜 젬스가 발표한 작품으로 피아프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부터 인생 절정의 순간까지 그가 살았던 극적인 삶의 굴곡을 진하게 펼쳐 보인다.

한 순간도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 라인, 애잔한 아코디언과 피아노 선율을 타고 노래되는 ‘장밋빛 인생’, ‘사랑의 찬가’,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 등 피아프의 명곡들이 무대 위에서 꿈틀거린다.

광기마저 지닌 천재 예술가의 환희와 슬픔, 고독을 온 몸을 표현해야 하는 피아프 역을 누가 맡았는지에 먼저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에디트피아프 최정원.


한국 뮤지컬 최고의 디바 최정원이 피아프의 영혼을 불러낸다. 열린 무대 위의 그는 공연 내내 무대를 한시도 떠나지 않은 채 의상을 갈아입어 가며 시간을 과거, 혹은 미래로 돌려댄다.

“사랑은 노래를 하게 만드는 힘이다. 나에게 노래 없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고, 사랑이 없는 노래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피아프는 죽기 직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울림은 그가 죽은 지 50년이 가까워 오도록 여전히 유효하다.

11월 5일-16일 |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 문의 1544-1555
3만원-5만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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