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고음의 여왕’ 다비치 “고음은 이제 그만!”

입력 2011-09-23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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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곡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를 공개한 다비치(Davichi, 이해리-강민경). 영화, 드라마 삽입곡을 제외하면 약 1년 6개월 만의 컴백이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해리 언니 때문에 소프라노 다 됐어요. 앨범 작업할 때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기분이에요."(강민경)

'3단 고음' 아이유를 능가하는 '고음의 여왕' 다비치(Davichi·이해리-강민경)가 돌아왔다. 새 노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는 빌보드 케이팝(K-Pop) 차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성공적인 컴백을 알렸다.

'미워도 사랑하니까', '8282', '시간아 멈춰라' 등 올해 데뷔 4년차에 접어든 다비치의 히트곡들은 대부분 노래 후반부로 갈수록 음이 한없이 높아지는 '다비치식 고음곡'이다.

이번 노래도 마찬가지다. 다비치는 "신곡이 또 고음이면 이제 그만! 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작곡가님이 일단 밉고, 한 키 더 올리자는 주변 사람들은 더 미워지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젠 새로운 노래가 나오면 가족들도 "이거 어떻게 부르냐"라며 걱정한단다.

"그래도 이번에는 누구나 금방 흥얼거릴 수 있는 쉬운 멜로디를 골랐어요. 계속 고음이 이어지니까 따라 부르시기는 쉽지 않겠지만."(이해리)

1년 6개월 간의 공백은 다비치에게도 초조한 시간이었다.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아이돌 그룹들은 다비치에게는 두려움이었다.

"너무 예쁜 분들이 많잖아요. 저희는 예능 안 나가는데, 그 분들은 TV에 일주일 내내 나오고… 이렇게 잊혀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앨범 내고 보니 반응이 너무 좋더라구요."(강민경)

음악 활동을 쉰다고 다비치가 한가하지는 않았다. 이해리는 뮤지컬 '천국의 눈물', 강민경은 드라마 '웃어요 엄마'에 출연하면서 두 사람에게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떨어져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언니는 뮤지컬로도 대성하겠구나' 싶었어요. 물론 제가 윤공주 씨 연기를 못봐서 이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한 달 동안 저랑 매니저 연락 안 받고 뮤지컬 식구들하고만 오순도순 지낸 보람이 있구나… 저 드라마 안 하고 놀고 있었으면 언니 집으로 쳐들어갔을 거에요. 저도 이미숙 선생님과 늘 함께 있었지만."(강민경)

"동선 외우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제가 길치거든요. 실수하면 안돼, 민폐 끼치면 안돼 계속 생각했어요. 같이 공연한 김준수씨(JYJ)가 소탈한 분이라 많이 도움받았죠."(이해리)

히트곡이 많아서인지 종종 중견가수로 오해받지만 다비치는 올해 데뷔 4년차다. 이해리는 85년생, 강민경은 90년생으로 아이돌들과의 나이 차이도 크지 않다. 하지만 운동능력의 차이는 크다. 두 사람은 지난 추석에 방영된 '아이돌 육상 체육대회'에 출전했지만, 그리 눈에 띄지 못했다. 달리기에 출전했던 강민경은 트랙에 나뒹구는 굴욕까지 당했다.

"저질 체력이라 그렇지, 민경이보다 제가 낫죠. 민경이가 드라마에서 뛰는 장면 보고 어찌나 웃었던지. 양심이 있으면 저보다 운동 잘한다고 못하죠. 별명이 강태풍이에요. 얘가 지나가면 반찬 다 떨어져있고 모든 게 다 엎어져있거든요."(이해리)

"원래 키 작은 사람들이 운동을 잘하잖아요? 전 단지 팔이 좀 길어서 걸릴 뿐이에요. 육상대회 때 넘어진 데는 아직도 아파요. 저도 10년 전에는 꽤 잘 뛰었었는데… 중학교 때부터는 체육시간에 항상 양호실에 있었거든요."(강민경)

춤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여성시대' 프로젝트 활동 당시 다비치는 5시간 정도 연습해야 했던 반면 티아라는 30분 만에 춤을 다 배웠다는 것. 하지만 춤은 못 춰도 비주얼은 아이돌들에 뒤지지 않는 다비치다. 이날 인터뷰 의상은 초미니 블랙 시스루 원피스. 하지만 '예쁘지만 성숙한 외모' 탓에 두 사람은 '노안(老顔) 콤플렉스'가 있다. 과거에는 "내가 무슨 노안이야?"라면서 거부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쿨하게 인정하게 됐단다.

"보통 절 스물다섯 정도로 보시거든요. 두고 보세요. 제가 그 나이 되면 동갑내기들 중에 제일 어려보일 걸요? 제가 피부는 정말 좋거든요!"(강민경)

"그래서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자주 입는 거예요. 노래도 발라드인데 롱스커트 입고 부르면 답답하잖아요."(이해리)

다비치는 자신들이 '춤 못 추는 걸그룹'이 아니라 '노래 잘하는 보컬그룹'이라고 불리길 원한다. 이번 앨범에는 강민경이 작사-작곡한 '비밀'도 실렸다. 강민경은 "처음 앨범에 싣는 노래다보니까 사공이 너무 많더라"라며 "초심으로 돌아가서 처음에 생각한 그대로 실었다"고 밝혔다. 이해리도 자작곡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세부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

"원래 '비밀' 말고 다른 자작곡을 넣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길을 가던 중에 라디오에서 정말 똑같은 노래가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난생 처음 듣는 노래였어요… 큰일날 뻔했죠."(강민경)

지난해 '슈퍼스타K2'에서 이승철이 우승자 허각에게 "예능보다 콘서트를 많이 하는 가수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범수와 장혜진은 MBC '나는 가수다'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할 만큼 한때 가요계에서 잊혀졌었다. 브라운아이드걸스, 씨야, 빅마마 등 보컬 위주의 여성그룹은 장르를 바꾸거나, 해체, 또는 활동 중단 상태다. 이 같은 보컬들의 위기 속에서 다비치는 단연 돋보인다.

"요즘 보컬들은 멸종 위기예요. 저희가 희소성이 생긴 건 좋은데, 휘성-거미-SG워너비 나오던 보컬 황금기에 함께 활동했으면 더 편했을 것 같아요. 요즘은 99% 퍼포먼스잖아요."(이해리)"

"지난해 연말 시상식 때 사전 녹화로 휘성, 아이유 씨와 2곡 불렀는데 방송에는 1곡만 나갔어요. 휘성 씨는 편곡한다고 밤까지 샜는데…. 아이돌들하고 같이 춤을 출 수는 없잖아요? 무대 아래에서 보고만 있으려니 속상하죠. 10번 넘게 무대에 오른 아이돌도 있는데…."(강민경)

이해리는 KBS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하는 등 탑클래스의 가창력을 인정받고 있다. 노래 잘하는 가수는 누구나 꿈꾼다는 MBC '나는 가수다'에 대해 슬쩍 물었다.

"전 '불후의 명곡'도 고정은 버거워요. 그리고 1980년생 윤민수씨가 '나는 가수다'에서 막내잖아요. 몇 년 뒤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아직은 좀…."(이해리)

다비치는 외모도, 노래실력도 '닮아간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신승훈의 '20주년 기념앨범'에 참여했을 때 '나처럼 처음에는 촌스럽다가 점점 멋져져야 사람들이 좋아한다'라는 조언을 들었다"며 "우리가 그렇다"며 웃었다.

다비치는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로 18일 SBS 인기가요에서 약 2년 6개월 만에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발라드의 황태자' 성시경과 '슈퍼스타K2'의 영웅 허각과의 '보컬 전쟁', 한류스타 카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값진 결과였다.

"저희는 무대에 허수아비처럼 서 있고 싶지 않아요. 지금까지 어떤 무대에서도 라이브를 해왔고, 목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강민경)

"장르에 갇히기보다는 보컬리스트로서 여러 가지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노래만큼은 정말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요."(이해리)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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