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젊은 세종은 잠시 잊어주세요, 이번에 눈 딱감고 망가졌어요”

입력 2011-11-0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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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서 푼수로 변신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에서 청년 백수로 능글맞은 코믹 연기를 보여준 송중기는 다음 작품에선 “진짜 예쁘고 사랑스러운 놈”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엄친아’ ‘귀공자’ 이미지가 부담스러워서 좀 풀어지는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저희 어머니는 제가 엄친아로 불리는 걸 좋아하시지만….”

배우 송중기(26)가 10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15세 이상)에서 예쁘장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깨는 푼수 연기를 시도했다. 송중기는 지난해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구용하 역으로 인기를 얻은 데 이어 SBS 수목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선 카리스마 있는 젊은 세종 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티끌모아…’에서는 청년 백수 천지웅 역을 맡았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을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다 월세 옥탑방에서도 쫓겨난 뒤 옆집 사는 짠순이 구홍실(한예슬)에게서 한푼 두푼 돈 모으는 노하우를 배우는 인물이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준엄하게 “내가 조선의 임금이다”라고 외치던 그가 영화에서는 코를 파거나 화장실 볼일이 급해 쩔쩔매는 것은 물론이고 ‘야동’을 보며 바지에 손을 넣는 등 과감히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3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카페에서 만난 송중기는 “오히려 민망한 장면에서 욕심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야동 보는 장면은 더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서 스태프에게 재촬영을 요구했어요. X마려워 하는 장면에는 제 애드리브에 현장이 웃음바다가 됐죠.” 일부러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건 아니었다. “배우의 이미지를 대기업의 분기별 플랜처럼 의도한다고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어요.”

성균관대 경영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그가 철없는 백수 천지웅에게 얼마나 공감할까. “청년실업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기보다는 유쾌한 캐릭터를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저도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해봐서 천지웅처럼 혼자 사는 남자애들 생활은 잘 알죠. 대책 없고 장난기 많은 제 실제 성격과도 닮았고요.”

영화에선 천지웅이 대출받은 학자금을 못 갚을 정도로 쪼들리면서도 여자친구에게 88만 원짜리 구두를 사주는 장면이 나온다. 송중기는 “공감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촬영하면서 되게 웃겼어요. 젊은 남자들 다 똑같잖아요. 88만 원 들여서라도 여자친구와 어떻게든 한번 자보려고, 자빠뜨려 보려고 하는데 꾸밀 얘기가 뭐 있나요.”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시청자들의 평가에 대해 그는 “아직도 재촬영하고 싶을 정도로 아쉬운 점만 보인다”며 고개를 저었다. “미치겠더라고요. 내 연기력으로 과연 젊은 세종을 표현할 수 있을까…. ‘20대 남자 배우 중에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감독님 말에 오기가 생겼어요.”

그는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기 넉 달 전에 미리 대본을 받아 100번 넘게 읽고 또 읽으면서 대사를 외워 놨다. 무조건 읽다 보니 대본의 깊이가 조금은 이해됐다고. 하지만 ‘청년’이 아닌 ‘중년’의 세종대왕 같은 선 굵은 연기를 맡기엔 곱상한 외모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그런 걱정까지 할 만큼 제가 잘생긴 건 아니잖아요. 연예계에선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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