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악질 경찰

입력 2011-11-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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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케이지
광기의 눈빛 여운

무비앤아이 제공

32세에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6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탄 니컬러스 케이지는 너무 일찍 배우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이후 ‘더 록’(1996년) ‘콘에어’(1997년) 등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에 출연하며 성격파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갔다. 최근에도 ‘노잉’ ‘고스트 라이더’ 같은 영화로 국내 관객을 찾았지만 이전의 명연기로 그를 기억하는 팬들의 실망감은 깊어졌다.

10일 개봉하는 ‘악질 경찰’(사진)은 케이지 연기의 맛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케이지는 약물 중독에 빠져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찰관인 테렌스 맥도나 역을 맡아 열연했다.

미국 뉴올리언스 형사 맥도나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사람들을 구조하다 허리를 다친다. 진통제에 의지하던 그는 약물 중독자가 돼 마약을 즐기고 범죄자들과 한통속이 된다. 약을 구하기 위해 맥도나는 범죄자들을 협박하고 사건을 은폐한다. 감사반이 그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케이지 연기의 하이라이트는 나이트클럽에서 나온 남녀를 붙잡고 마약 소지 여부를 추궁하는 대목. 이들에게서 마약을 빼앗은 케이지는 길거리에서 약을 흡입하고 몽롱해진 눈빛을 드러낸다. 이 순간 광기와 야비함, 그리고 연민이 느껴지는 그의 눈빛은 놓쳐선 안 될 명장면이다.

‘하늘은 스스로 돌보는 자를 돌보지 않는다’(1974년)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탔고, 1960년대 뉴저먼 시네마 운동의 선봉에 섰던 독일의 거장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69)이 노익장을 과시했다. 망가져 가는 맥도나를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담담하게 바라보는 장면이 많이 눈에 띈다. 올해 ‘라스트 나잇’에서 열연한 에바 멘데스는 케이지의 애인으로 나온다. 2009년 토론토,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18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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