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자전거 식객’] 바람 꼬이는 제주 ‘피빨이’도 불가능

입력 2011-1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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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딩에서 맞바람이 세게 불 때 이른바 ‘피빨이’라는 것을 한다. 앞서가는 라이더의 뒤에 바퀴가 거의 닿을 듯 바짝 붙어 바람을 피하며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그 모습이 거머리가 들러붙어 피를 빨아먹는 것 같다고 해서 생겨난 은어다.

설산 등반에서 러셀(깊게 쌓인 눈을 헤치며 길을 내는 일)하는 것에 비견되곤 하는 이 피빨이도 제주도의 엄청난 바람 앞에선 별무효력이었다. 애당초 측풍이 너무 강했던 데다 해안지형에 따라 바람이 꼬이거나 돌아 앞서가는 라이더의 등 뒤에 숨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후 2시경까지 웬수 같던 바람도 자전거일주팀의 진행 방향이 바뀐 오후 들어 등 뒤에서 밀어주는 배풍이 되어 천군만마로 변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은 바람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진리였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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