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루비족…“누나들이 돈 좀 쓰잖아∼”

입력 2014-09-12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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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고 나이 보다 젊게 사는 4050 여성 ‘루비족’에 대한 여행업계의 관심이 높다. 사진은 중장년 여성들의 해외 자유여행 도전을 소재로 삼아 큰 인기를 모은 tvN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 스포츠동아DB

“루비족을 잡아라.”

새로운 시장 개발에 애쓰는 국내 여행업계가 요즘 관심을 갖는 대상이 있다. 바로 ‘루비(RUBY)’족 또는 ‘골드퀸(Gold Queen)’라고 불리는 40,50대 여성들이다. 과거의 중년 여성들과 달리 자신을 가꾸고 인생을 즐기는 것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 패션, 여행, 외식업계에서 주목하는 세대다. 최근 국내 여행시장은 패키지투어에서 자유여행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이런 자유여행은 20,30대의 젊은층이 주도했다. 상대적으로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여행사가 숙소부터 일정까지 정해주는 패키지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해외여행의 정보를 접하고, 개인 여가를 중시하는 중장년층이 늘면서 이들이 자유여행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최신 트렌드로 루비족이 떠올랐다.


● ‘내가 즐거우면 가격은 중요치 않아’, 과감한 씀씀이

하나투어의 자유여행 브랜드 ‘하나프리’ 마케팅팀 이열로 팀장은 “2년 전 브랜드를 론칭할 때만 해도 젊은층 위주였고, 중장년층은 기대시장으로 보이지 않았다”며 “이제는 40대 이상도 해외여행에 보수적이거나 수동적이지 않고 적극적이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특히 ‘꽃보다 누나’나 ‘꽃보다 할배’ 같은 인기 방송 프로그램들이 노년이나 중년여성들의 해외자유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데 일조를 했다”고 덧붙였다.

여행업계가 중장년층 자유여행 수요 중에 특히 루비족에 주목하는 것은 자신에게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여는 과감한 씀씀이 때문이다. 적은 금액 차이에도 민감하고 무조건 아끼거나 싼 것만 중시한다는 ‘아줌마’에 대한 고정관념과 달리 루비족은 지불하는 비용에 걸맞은 즐거움이나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면 가격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최근 루비족을 겨냥한 자유여행 상품을 잇달아 내놓은 내일투어의 정의진 과장은 이런 특성을 보상심리로 해석했다. 정 과장은 “루비족의 과감한 지출에는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고 가사노동에 시달린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 양적인 만족보다 질적 즐거움 중시, 맞춤형 여행상품 등장

루비족을 겨냥한 여행상품들은 대부분 가격경쟁력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나 구성을 강조한다. 항공이나 숙소 비용은 조금 더 내더라도 국적기나 고급호텔처럼 편하고 안락한 것이 우선이고, 휴양과 힐링을 중심으로 식도락이나 스파, 쇼핑 등을 중시한다. 하나프리 이열로 팀장은 “숙소는 4성급 이상의 리조트가 인기 있고, 패키지투어의 옵션에 해당하던 현지투어를 개별상품으로 선택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막연히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보다 큰맘 먹고 떠난 여행의 만족감을 높이고 오랜 시간 기억할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곳을 좋아하는 것도 남다른 특색이다. 내일투어 정의진 과장은 “짧은 시간에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패키지투어식 구성이나 값만 싼 저가투어는 피한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미슐랭 맛집 탐험이나 특급 호텔의 애프터눈티, 도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 등 남다른 경험과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 루비족이란?

신선함(Refresh), 비범함(Uncommon), 아름다움(Beautiful), 젊음(Young)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 남편과 자녀 등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전통적인 중년 여성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신을 가꾸는데 적극적인 40,50대 여성을 가리킨다.

루비족이 생각하는 심리적 나이는 실제 나이의 70%. 그래서 스키니진이나 킬힐 등 과거 중년 여성들에게 금기시되던 패션에 과감하고, 옷도 중년여성 전문 브랜드보다 20,30대들이 찾는 매장을 선호한다. 피부나 몸매를 관리하고 가꾸는데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비슷한 개념으로 ‘젊은 오빠’를 지향하며 패션과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 중년 남성을 가리키는 ‘노무족(NOMU:No More Uncle)’이 있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kobau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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