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세스스토리, 한국경마 새역사 쓴다

입력 2016-01-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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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마 ‘석세스토리’(왼쪽)가 오는 2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메이단경마장서 열리는 두바이 레이싱 카니발에서 한국경마 사상 처음으로 입상을 노리고 있다. ‘석세스스토리’의 조련을 맡은 민장기 조교사(오른쪽)는 “처음부터 선행작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21일 두바이 레이싱 카니발 출전

1600m경주 국내성적 뛰어나 입상 기대
민장기조교사 “선행으로 좋은위치 선점”

“‘천구’의 아쉬움을 벗어던지고 세계무대서 한국경마의 이름을 떨치겠다.”

토종마 ‘석세스스토리’(수·5세)가 오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에서 열리는 두바이 월드컵 예선전(두바이 레이싱 카니발)에서 선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3일 렛츠런파크 서울의 기대주 ‘천구’(미국산·수·4세)와 함께 두바이 원정길에 오른 렛츠런파크 부산의 대표마 ‘석세스스토리’는 두바이에서 컨디션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두바이 현지에서 ‘천구’와 ‘석세스스토리’를 관찰한 한국마사회 유승호 국제경주추진TF팀장은 “‘석세스스토리’는 평소에도 다소 마방에서 가면을 씌우고 관리사 2명이 달라붙어 끌어야 될 정도로 예민한 성격이다. 그럼에도 불구 현지에서는 적응을 잘하고 있어 두바이 도착 직후 마방에서는 여유 있는 모습을, 훈련 시 주로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 1510전의 기수출신 김영민 조교보 밀착 관리

두바이레이싱카니발은 총상금 규모가 600만달러(약 72억원)로 세계 경마대회 중 1위다. 경마 마니아인 두바이 왕실이 전폭지원하면서 세계 5대 경마대회 중 하나로 급성장한 ‘꿈의 무대’다.

‘석세스스토리’가 이번 대회 입상에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베테랑 민장기 조교사의 조련과 두바이 현지에서 ‘석세스스토리’를 밀착 관리하는 김영민 조교보, 두 콤비 덕분이다.

김영민 조교보는 지난 2005년 데뷔하여 11년 간 기수생활을 해오다 조교사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2015년 깜짝 은퇴를 선언했다. 1510전의 풍부한 경주 이력을 가진 베테랑 기수였다. 복승률과 연승률이 상대적으로 좋아 경마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기본기가 충실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주는 기수’로 평가 받던 인물이기도 하다. 경주마를 발굴하고 훈련시킬 수 있는 트레이너로 활동하기 위해 기수생활을 과감히 청산한 그였기에 자연스레 김영민 조교보 관리 하에 있는 ‘석세스스토리’에 민장기 조교사가 거는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 민장기 조교사 “처음부터 선행으로 승부 걸 것”

민장기 조교사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의 남은 일정을 소화한 후 오는 18일 두바이로 출국할 예정이다. 당초 계획대로 1월 21일 첫 번째 무대를 가질 예정이며, 출전 두수 등 해당 경주와 관련된 보다 정확한 내용은 경주 이틀 전인 19일 확정된다. 기본적으로 2번의 경주에 참가할 계획이지만, 현지에서의 경주마 상태, 경주에서의 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출전 횟수를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민장기 조교사는 “1600m 경주거리에 출전할 예정이며 해당거리에서의 국내 성적이 좋은 편이라 두바이 레이싱 카니발에서의 입상도 조심스레 기대해보고 있다”며 “다만 해외 경주마들의 능력이 생각이상으로 뛰어나다는 게 우려이긴 하나 한국 대표마로 출전하는 만큼 한국경마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석세스스토리’가 경주전개 중 모래를 맞으면 잘 달리지 않는 특성이 있어 이를 유념한 전술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민 조교사는 “화면을 통해 주로를 보기에는 모래 깊이가 국내보다 낮아 경주전개에는 유리할 것 같다”며 “처음부터 선행을 함으로써 좋은 위치를 선점한다면 ‘석세스스토리’가 본연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2년여에 걸친 힘든 두바이길…한국경마 새 역사 쓸까


‘석세스스토리’와 ‘천구’가 두바이레이싱카니발에 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검역이 큰 걸림돌이었다. 한국마사회와 농식품부는 아랍에미리트 정부와 2년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해 12월 힘겹게 검역협정을 체결했다. 두바이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이다. ‘석세스스토리’와 ‘천구’는 오만과 카타르를 거쳐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지난해 12월24일 두바이에 도착했다.

‘천구’는 지난 7일 열린 경주서 출발 때 앞발 편자가 빠지는 바람에 5위에 머물렀다. 비록 입상의 꿈은 놓쳤지만 세계적 명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 경마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석세스스토리’는 ‘천구’의 아쉬움을 떨쳐버리고 한국경마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경마팬들이 심장은 점점 쫄깃해지고 있다.


● 현지에서 본 메이단 경마장

두바이레이싱카니발이 열리고 있는 메이단 경마장 시설은 상상을 초월한다. ‘비현실적’일정도로 말의 복지나 여건이 좋다. 경주장이 ‘말의 휴양지’ 같다. ‘천구’와 ‘석세스스토리’에게 부여된 전용 초지만 9917m²(약 3000평)에 달한다. 전용 초지와 방목지 외에도 경주 환경은 가히 최상이다. 별도의 훈련주로가 있고 마사에서 주로까지의 거리가 3.7km다. 훈련을 한 번 하려면 왕복 7.4km를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이동 경로의 절반은 모래주로, 나머지 절반은 인공주로로 되어 있어 이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워밍업과 쿨링다운 될 수 있다. 두바이 주로를 막상 가서 만져보니 한국보다는 가볍지만 생각만큼 가볍지 않다. 주로에 흙이 많고 수시로 물을 뿌리니 주로가 단단한 편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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